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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국 연대와 ‘JACK 외교협의체’ 추진 필요성

2026-01-30 13:00:03 게재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2026 국가방위전략(NDS)’을 발표했다. 국방의 최우선 순위를 미국 본토 방어와 서반구로 설정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국 억제를 강조하고, 유럽 비중은 축소됐다.

한반도에 대해서는 “한국이 북한 억제의 일차적 책임을 지고, 미국은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만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성격을 ‘의존적 동맹’에서 ‘한국 주도-미국 지원’ 체제로 재편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도 역할을 축소하는 중이다. 현재 나토 비용의 3분의 2를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 ‘미국 돈’으로 ‘유럽 안보’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소련의 유럽 침공이 우려되던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유럽 경제가 회복된 1960년대 이후에는 유럽 비중이 더 커졌어야 한다.

미국이 나토에서 역할을 축소한다고 유럽 안보가 위태롭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러시아는 군사대국이지만 경제대국은 아니다. 러시아의 경제규모(GDP)는 한국과 비슷하고, 인구는 일본과 비슷하다. 다만 핵무기가 6000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유럽의 경제규모는 러시아의 9~10배에 달한다. 미국의 핵우산이 제공된다면, 유럽 경제력으로 러시아 위협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유럽에 쏟던 에너지를 ‘중국 견제’에 집중하는게 합리적이다.

국제사회 반향 일으킨 ‘중견국 연대’

신년 외교분야의 최대 이슈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와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갈등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에 대해서도 위협을 가했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연설은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카니 총리는 “규칙기반 국제질서는 위협받고 있고 (...) 중견국들은 함께 행동해야 한다. 테이블에 없으면 메뉴에 오른다”라고 강조했다. 군사 대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이고, 경제 대국은 미국과 중국이다. 명목 GDP를 기준으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미국은 약 25%, 중국은 약 17% 수준이다. 엄청난 규모다. 국제질서는 ‘강대국의 세력권 정치’가 작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견국 연대가 중요한 이유다.

인생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처럼, 역사도 새옹지마가 작동한다. 비극은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분단과 냉전은 한미동맹과 경제기적, 그리고 방위산업 육성의 토대가 되었다. 국제질서 변화는 한국에게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실천적으로 3가지 방향이 중요하다.

첫째, 외교의 기본은 ‘세력균형’이다. 세력균형의 기본은 원교근공(遠交近攻)이다. 주변 강대국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멀리 있는 강대국인 미국과 한미동맹을 유지•강화하는게 중요하다.

둘째, ‘자주국방’의 중요성이다.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고, 현무-5, 핵추진 잠수함과 같은 독자적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 마치 이스라엘처럼 ‘자주국방에 기반한’ 한미동맹이어야 한다.

셋째, 중견국 연대가 중요해졌다. 일본과 연대해서 ‘JACK 외교협의체’를 추진해야 한다. JACK는 일본(Japan), 호주(Australia), 캐나다(Canada), 한국(Korea)의 앞 글자를 딴 자유민주주의-고소득 국가들의 협의체다. 비서방 외교협의체인 BRICS는 처음에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국이 주도해서 ‘BRIC’을 만들었다. 이후 남아프라카공화국이 합류해서 BRICS가 됐고, 최근에는 이란, 튀르키에 등이 합류해서 BRICS+(플러스)라고 표현한다.

세력균형, 자주국방, 그리고 JACK

JACK는 이를테면 ‘친서방 버전의’ 브릭스인 셈이다. JACK 네 나라의 GDP 합계는 약 10조달러로 중국의 절반을 넘는다. 네 나라는 모두 태평양 국가다. 한국과 일본은 제조업 강국이고, 호주와 캐나다는 자원 강국이다. 네 나라는 ‘자유민주주의 + 고소득 자본주의’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협력할 일이 무궁 무진하다.

한국 외교는 오랫동안 ‘북한 문제’에 갇혀 있었다. 이제는 벗어날 때다. 한국은 중견국 혹은 준(準)강대국의 저력을 갖고 있다. 국제질서의 변화를 주시하며, 우리 스스로 활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