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새 수장 워시, 독립성 시험대

2026-02-02 13:00:02 게재

트럼프, 파월 후임에 케빈 워시 지명 … 금리·정치압박·시장신뢰 동시에 풀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가 지난 2017년 5월 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손 투자 콘퍼런스(Sohn Investment Conference)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후임으로 케빈 M.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했다. 파월 의장의 의장 임기는 5월에 끝난다.

워시 전 이사는 상원 인준이라는 첫 관문부터 넘어야 한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법무부가 이달 파월 의장에 대해 형사 수사를 시작한 이후, 수사가 정리되기 전까지 연준 후보자 인준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기 연준 의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정치적 논란이 인준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전 이사를 두고 “중앙 캐스팅”이라며 “역대 최고의 연준 의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31일 이런 발언이, 차기 의장이 백악관의 압박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쟁점은 금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충분히 내리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왔다. 그는 워시 전 이사에게 금리 인하를 약속받지는 않았다고 하면서도 “그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 연준 의장이 경기 지표를 우선할지, 대통령의 기대를 의식할지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NYT는 워시 전 이사의 정책 기조 변화에도 주목했다. 그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준 이사로 재직할 당시 금리 인하와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출범 이후에는 금리 인하를 용인하는 쪽으로 입장이 이동한 듯한 발언들이 나오면서, 그의 정책적 일관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주변에서는 대체로 조정 능력과 실무 경험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존 코크런은 “그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랜달 K. 쿼럴스 전 연준 금융감독 부의장은 “연준의 절차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자격과 추진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NYT는 워시 전 이사가 과거부터 독립성을 강조해 왔다는 점도 전했다. 그는 1991년 스탠퍼드대 학생회 선거 논란 이후 교내 신문에 “나는 정당들에 의해 조종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NYT는 이 발언이 이제 연준이라는 훨씬 더 큰 무대에서 시험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워시 전 이사는 월가와 워싱턴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하버드 로스쿨 졸업 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인수합병 업무를 맡았고, 부시 행정부에서는 국가경제위원회에서 경제정책을 담당했다. 2006년 비교적 젊은 나이에 연준 이사로 합류해 금융위기 당시 베어스턴스의 JP모건체이스 매각과 AIG 구제금융 과정에 관여했다고 NYT는 전했다.

2011년 그는 연준의 대규모 국채 매입 정책에 반대하며 물러났다. 이후 헤지펀드 업계에서 스탠리 드러켄밀러와 함께 일했고, 현재는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워시 지명 과정에서 월가 인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1년 넘게 이어진 검증 과정 끝에 이뤄졌으며, 경쟁자였던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과의 근접성이 오히려 연준 독립성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WSJ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과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 등이 워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행정부 인사들에게 지지를 전달했다. 채권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선택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독립성 논란은 지명 이후에도 이어졌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행사에서 워시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소송을 걸겠다고 농담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를 풍자라고 설명했다.

현재 연준 기준금리는 3.5~3.7% 범위에 있다. 지난해 연준은 경기 둔화 위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한 번에 25bp(0.25%)씩 인하했지만 최근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인하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NYT는 워시 전 이사가 직면한 과제가 단순한 금리 결정이 아니라고 전했다. 정치적 압박, 상원 인준 불확실성, 금융시장의 신뢰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조정 능력과 설명력이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연준의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향후 최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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