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또 한번 변신’…AI로 주가 반등
레드햇 플랫폼 품은 재도약
대형 클라우드의 틈새 공략
115년 역사의 IBM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바꾸며 살아남는 데 능한 기업으로 꼽힌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9일자(현지시간)에서 IBM이 1990년대 중반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가, 하드웨어 중심 기업에서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위기에서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이후 10년가량 지나 IBM은 부진하던 개인용 컴퓨터(PC) 사업부를 레노버에 매각하며 또 한 번 체질을 바꿨다.
최근 5년여 IBM은 정체를 끊고 또 한 번의 전환을 성공시켰다. 2010년대 들어 클라우드 컴퓨팅이 급부상하면서 대형 컴퓨터 판매가 흔들렸고, 이를 운영·관리해 주던 서비스 사업 역시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인도의 저가 아웃소싱 업체들이 점유율을 파고들면서 매출과 이익률은 쪼그라들었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다시 멀어졌다.
하지만 최근 3년 사이 IBM 시장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 기간 IBM 주가는 2배 이상 뛰었다.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PER)으로 보면, 지금의 IBM은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프트웨어 강자들과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1월 28일 IBM은 2025년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8%, 14% 늘었다고 발표했다. 수년간 정체를 거듭하던 흐름에서 뚜렷한 반전이다.
전략의 출발점은 2019년 레드햇 인수였다. 레드햇은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전반에서 작업 부하를 관리하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IBM은 대형 클라우드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기보다 하이퍼스케일러 사이를 잇는 ‘중간층’을 구축해, 여러 클라우드를 섞어 쓰면서도 민감한 업무는 사내 전산 시스템이나 전용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남겨두게 했다. 2024년과 2025년 하시코프, 컨플루언트 등을 추가로 사들인 것도 이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조율자 역할을 굳히기 위한 포석이었다.
IBM은 AI에서도 틈새를 만들었다. 대규모 언어모델 경쟁을 뒤늦게 따라가기보다 기업용으로 다듬은 소형 언어모델 그라나이트와 가중치(모델 파라미터)를 공개한 개방형 모델을 왓슨엑스 플랫폼에서 제공하며, 고객들이 자사 데이터로 AI 에이전트를 구축하도록 했다.
IBM의 AI 경쟁력 강화에는 또 다른 축이 있다. 서비스 조직을 재편한 것이다. IBM은 2021년 부진하던 아웃소싱 사업을 분사해 킨드릴로 떼어냈고, 당시 인력은 전체의 약 4분의1을 차지했다. 그 결과 기술 전문성을 앞세운 컨설팅 조직이 남아, 고객들의 생성형 AI 도입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다. IBM은 2023년 중반 이후 생성형 AI 관련 컨설팅 계약을 100억달러 이상 수주했다고 밝혔다. 자사 컨설턴트 업무를 AI로 디지털화해 서비스의 소프트웨어화도 추진 중이다.
IBM은 하드웨어에서도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용 대형 전산 시스템 시장에서 IBM은 여전히 1위다. 지난해 내놓은 z17은 AI 구동을 겨냥한 스파이어 칩을 앞세워 호응을 얻었다. 양자컴퓨터에서도 IBM은 선두권에 있다.
맥킨지는 2035년 시장 규모가 1000억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고 보고, IBM은 장비 판매와 컴퓨팅 용량 임대로 시장의 약 20%를 노린다. 오류를 스스로 잡아내는 ‘결함 허용’ 양자컴퓨터 스타링을 2029년까지 내놓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