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4번째 추경 언급…상반기 추경편성 단행할까

2026-02-02 13:00:01 게재

추경 요건 등 따져봐야 … 국가재정법상 추경요건과는 큰 간격창업·문화예술 지원 시사 … 경기 회복에 힘 실리는 ‘추경 불씨’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언급, 추경 편성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 4분기 국내총생산(GDP) 역성장으로 경기회복 속도가 더디고 최근 내수부진을 만회할 카드가 필요하다는 논리에서다. 효과를 고려한다면 빠를수록 좋으므로 이르면 3~4월쯤 추경 편성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추경 요건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추경 요건 해당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가피하다. 재원확보 방안 역시 미묘한 대목이다. 나라 빚을 내는 방식이라면 반발이 클 수밖에 없어서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산업이 호황을 타고 있어 추가세수가 나올 수 있다는 재원 마련에 문제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K-스타트업이 미래를 만든다’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에만 추경을 4차례 언급했다. 왼쪽은 구윤철 부총리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이 대통령, 잦아지는 추경 언급 =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올해에만 4차례 추경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를 열고 “국가 창업 시대를 열겠다고 하면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와 같은 행사를) 1년에 한 번만 하는 것은 너무 적은 것 같다”며 “확보된 예산이 없고 추경이 언제 될지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예산을 쪼개서 쓰고 후반기 부분은 추경해서 (예산을) 확보해서 진행해도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문화예술지원이 너무 부족하다”며 “추경을 해서라도 토대를 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16일 국무회의에서는 “앞으로 추경을 편성할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27일 국무회의에서도 “지방정부 체납관리단의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올해 내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안 할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후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원론적 언급’이라고 수위조절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은 추경 가능성을 사실상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시장은 이미 추경 반영? = 실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초 2.95%에서 지난 30일 기준 3.138%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역시 3.38%에서 3.607%로 뛰었다. 국내외 투자은행(IB) 업계 역시 6월 지방선거 전에 추경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근거는 최근 성장률 상황과 통화정책 사정이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국내외 전망치(약 0.2%)를 크게 밑돈 수치다. 이런 상황에도 한국은행은 고환율, 가계부채 등의 이유로 기준금리를 낮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경기부양은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이르면 3월쯤 10조원 규모의 재정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씨티는 이번 추경이 현실화할 경우 향후 1년간 경제성장률을 최대 0.15%포인트(p)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하나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추경 편성은 유력하다”며 시점은 5~6월, 규모는 약 14조원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법인세 등 초과 세수가 확인된 이후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재원을 조달할 것이며 재원의 2/3 이상은 초과 세수로 충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추경요건 갖췄나 = 하지만 최근 경기여건이 추경편성에 필요한 조건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크다.

현행 국가재정법(89조)은 ①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②경기 침체나 대량 실업, 남북 관계 등 대내외 여건 중대 변화 ③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 세 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긴급하게 재정을 추가편성해야할 정도의 위기상황에서만 추경을 편성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지난해 두 차례 추경은 사상 최악의 산불과 내란 사태 등에 따른 내수 침체 등이 명분이었다. 여기에 편성과정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확보 등 다른 사업을 추가했다.

이 때문에 현재의 경기상황이 추경편성이 필요할 정도로 긴급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우선 ① ③ 요건은 아예 해당되지 않는다. ②의 경우에도 남북관계에 중대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난해보다 다소 높은 성장률 전망치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경기침체 위기상황’이라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기획예산처 안팎에서는 청년실업 상황을 거론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12월 청년층 고용률(15~29세)은 44.3%로 20개월 연속 하락세다. 청년 실업률도 6.2%에 달해 전 연령대 평균 실업률(4.1%)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30대 ‘쉬었음’ 인구는 30만 9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청년실업 상황이 ‘추경편성이 필요할 정도의 긴급한 위기상황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청년실업을 명분으로 추경을 하게 되더라도 예산을 편성할 분야가 지나치게 좁아진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문화·예술계 산업 지원이나 지방정부 체납관리단 인력확충에 쓰기는 원칙적으로 어려워진다.

◆추경 재원은 어떻게 조달 = 추경 재원 조달 방안도 간단치 않다. 이미 앞서 이 대통령은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추경한다고 소문이 나서 몇조, 몇십조원씩 국채 발행해서 추경한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추경 규모가 지출 증액 기준 10조~20조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추경을 편성하려면, 각종 기금의 여유 재원을 활용하거나 기존 예산을 구조조정을 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초과 세수가 발생한다면 이를 활용한 추경 편성이 가능해진다. 앞서 정부는 2016년, 2017년, 2021년 2차, 2022년 2차 추경 당시 초과 세수를 활용해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3~4월 윤곽이 드러나는 법인세 세수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이후 반도체산업 등 수출대기업의 실적이 좋아 올해 법인세 초과세수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이 못 박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도 세수 전망에는 긍정적인 변수다. 최근 5000포인트를 넘어선 코스피 상황을 고려하면 증권거래세도 종전 전망보다 더 걷힐 것으로 분석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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