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가격 담합 52명 재판행
서민경제 교란사범 집중 수사 결과 발표
담합으로 인한 가격상승, 국민 피해 확인
검찰이 서민경제 교란 범죄 엄단에 나선 건 민생경제를 강조하는 이재명정부의 기조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담합 사건 수사를 통해 정부의 정책방향과 보조를 맞추는 한편 공소청 전환을 앞두고 검찰 수사권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검찰이 발표한 서민경제 교란사범 집중 수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이날 대한제분과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6개 법인과 소속 대표 및 임직원 14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밀가루 가격의 변동 여부, 변동폭, 시기 등을 합의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혐의를 받는다. 담합 규모는 5조9913억원에 달한다.
약 6년간 국민 필수 식료품인 밀가루 가격 담합으로 업체들은 부당한 이득을 얻은 반면 이로 인한 식료품 가격 상승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실제 담합 기간 동안 밀가루 가격은 최고 42.4%까지 인상됐다가 그 후로도 담합 전에 비해 22.7% 인상 수준의 높은 가격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담합으로 인한 밀가루 지수 상승폭은 36.12%로, 같은 시기 일반 물가지수 상승폭 17.06%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검찰이 지난해 9월 국민생활필수품 담합 사건 집중 수사에 나선 이후 재판에 넘긴 업체 및 임직원은 총 52명으로 늘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이 식료품 물가 상승 문제와 관련해 “담합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부처의 적극적인 조치를 주문한 이후 관련 사건 수사에 주력해왔다.
특히 ‘빵플레이션’‘슈가플레이션’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치솟는 기초 생필품 물가 불안정의 원인에 기업들의 담합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앞서 한국전력이 발주한 설비장치 입찰 담합 사건을 수사해 지난달 20일 8개 법인과 소속 임직원 11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담합을 주도한 효성중공업·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일진전기 등 4개사 소속 임직원 4명은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고, 담합에 가담한 중소기업군 회사 등 8개 법인과 소속 임직원 7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2015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한전이 발주한 가스절연개폐장치 입찰 145건에서 사전에 낙찰자와 투찰가격 등을 담합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가스절연개폐장치 시장의 약 90%를 점유한 이들 업체가 사전에 회사별로 낙찰 건을 합의한 뒤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도록 투찰 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총 6776억원 규모의 담합 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를 통해 챙긴 부당이득은 최소 1600억원에 달한다.
이들 업체의 담합은 한전의 전기생산 비용 증가에 따른 전기료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일반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설탕 가격 담합 사건을 수사해 삼양사와 CJ제일제당 법인, 소속 임직원 9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삼양사 대표이사 최 모씨와 CJ제일제당 한국식품총괄을 맡았던 전 고위임원 김 모씨는 구속기소됐다.
삼양사와 CJ제일제당 등은 지난 2021년 2월~2025년 4월 설탕가격 변동 여부와 변동폭, 시기 등을 합의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혐의를 받는다. 담합 규모는 총 3조2715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이같은 담합으로 식료품 물가가 오르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됐다고 봤다. 실제 담합기간 동안 설탕 가격은 담합 발생 전보다 최고 66.7% 올랐고, 원당가가 하락했음에도 소폭 인하에 그쳐 담합 전보다 55.6% 높은 가격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서민경제를 교란시키는 담합 범죄를 근절할 수 있도록 고가 주류 등 민생경제와 직결되는 다른 생활필수품에 대해서도 엄정히 살펴보고 담합 범행에 가담한 행위자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