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질병 방역, 설 연휴가 최대 고비
구제역·ASF 추가확산 우려
살처분·이동제한 긴급조치
설 연휴를 앞두고 가축질병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인천 강화에서 올해 첫 구제역이 발생했고, 지난 1일에는 전북 고창에서 올해 다섯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두 가축질병이 동시에 발생한 상황에서 연휴 기간 가축·차량 이동 증가가 확산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전북도 등에 따르면 전북 고창의 한 양돈농장에서 폐사 신고가 접수돼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1일 ASF 발생이 확인됐다. 이는 지난달 16일 강원 강릉을 시작으로 경기 안성·포천, 전남 영광에 이어 올해 들어 다섯번째 ASF 발생 사례다. 방역 당국은 발생 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돼지 약 1만8000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고, 농장 반경 10㎞ 이내 지역에 대해 가축 이동 제한과 정밀 예찰에 들어갔다.
ASF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발생 즉시 살처분과 이동 통제가 불가피한 질병이다. 특히 야생멧돼지를 통한 전파 가능성이 상존해 발생 지역 인근에서는 포획 강화와 울타리 점검, 농장 출입 통제가 병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추가 감염 농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방역 당국은 연휴 전후를 최대 위험 시기로 보고 긴급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인천 강화군의 한 한우 농가에서 구제역 발생이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해당 농가에서 사육 중이던 소 243마리를 즉시 살처분하고,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10㎞ 이내 지역에 대해 가축 이동을 제한했다. 인근 지역에는 긴급 백신 접종과 집중 소독이 실시됐다. 구제역은 국내에서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 만에 다시 발생한 것이다.
방역 당국은 특히 구제역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구제역은 소·돼지·염소 등 우제류 전반에 감염되는 고위험 질병으로, 차량과 사람 이동을 통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ASF가 주로 돼지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만 구제역은 한번 확산될 경우 축산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크다.
문제는 두 가축질병이 설 연휴를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이다. 연휴 기간 농가 방문, 사료·축산물 운송, 차량 이동이 늘어나면 방역망의 작은 허점도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방역 인력과 자원이 동시에 투입되며 현장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전국 농가를 대상으로 △외부인 출입 통제 △차량 소독 철저 △의심 증상 즉시 신고 등 기본 방역 수칙 준수를 거듭 당부했다. 방역 당국은 “현재까지는 지역 단위에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설 연휴 기간 방역 수칙 이행 여부가 추가 확산을 막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