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시장 ‘광풍’, 아직 끝이 아니다

2026-02-02 13:00:08 게재

AI 수요에 공급 병목 … 가격 급등은 이제 시작

인공지능(AI) 확산이 반도체 메모리 시장을 전례 없는 급등 국면으로 밀어 올리고 있다. 기대가 아니라 실제 실적이 이를 뒷받침하면서, 이른바 ‘멜트업(melt-up)’이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 알파빌 블로그는 1일(현지시간) 메모리 시장에 대해 “병목 지점에 서 있는 기업들에게 지금은 더없이 유리한 시기”라고 전했다. 메모리 업체 샌디스크 주가는 최근 실적 발표 이후 하루 만에 24% 급등했고, 상장 이후 누적 상승률은 무려 1755%에 달했다. 이 같은 주가 급등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실적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샌디스크는 2분기 순이익이 8억300만달러로 1년 전 1억400만달러에서 급증했다. 주당순이익은 5.15달러로 뛰었고, 매출은 30억3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와 회사가 제시한 자체 전망을 모두 웃돌았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저장 용량과 처리 속도에 대한 요구가 동시에 커지면서, 메모리 사용량 자체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 실적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샌디스크 최고재무책임자(CFO) 루이스 비소소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6년에도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D램, 낸드, SSD 등 메모리 전반에서 공급 병목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사양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계약 가격보다 현물 가격이 훨씬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형 고객과 일반 소비자 간 체감 가격 격차도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대형 IT 기업들은 아직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 CEO 팀 쿡에 의하면 애플은 2026년 D램 가격이 50%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내년 매출총이익률을 약 0.9% 낮출 수 있다고 씨티그룹은 추정했다. 다만 애플의 최근 분기 매출총이익률은 48.2%로 단기 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반면 개인 소비자와 중소 수요자들의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FT에 따르면 최신 DDR5 메모리 현물 가격은 샌디스크 분사 이후 684% 급등한 반면 계약 가격은 37% 상승하는 데 그쳤다. 구형 DDR4 메모리는 현물 가격이 1883% 급등했다.

골드만삭스는 이 같은 가격 괴리에 대해 “단기적으로 계약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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