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율주행차는 ‘바퀴 달린 로봇’인가
로봇과 모빌리티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자율주행차는 고도화된 이동 수단일까, 아니면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또 하나의 로봇으로 봐야 할까. 이 질문은 기술 분류를 넘어, 향후 모빌리티와 로봇 산업의 구조적 재편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 기원은 2005년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개최된 ‘DARPA 그랜드 챌린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회는 자동차가 독립적인 환경 인식과 지능적 판단을 통해 주행 과업을 완수할 수 있는지를 처음 실증한 대규모 테스트였다. 우승 차량 ‘스탠리’를 이끈 세바스찬 스런 박사의 연구는 이후 구글 웨이모로 이어지며 오늘날 자율주행 기술의 기점이 되었다. 이 대회는 자동차를 이동 수단에서 자율 시스템으로 전환시킨 상징적 사건이었다.
일반적으로 로봇은 센서에 의한 인지, 지능에 기반한 판단, 액추에이터를 통한 물리적 행동이 통합된 시스템으로 정의된다. 이 기준에서 보면 자율주행차는 전통적인 기계식 자동차와 분명히 다른 성격을 지닌다. 다만 이를 곧바로 ‘로봇’이라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기술적 정의보다 실질적인 산업 변화 양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피지컬 AI’로 수렴되는 로봇과 모빌리티
이번 CES 2026은 이러한 논의가 실제 산업 구조 속에서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전시 전반을 관통한 흐름은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서로 다른 영역이 아니라, ‘피지컬 AI’라는 공통된 기술적 기반 위에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자율주행 AI 모델 ‘알파마요’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한다. 엔비디아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루시드, JLR 등과 협력하며 자율주행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됐다. 현대차그룹 산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전기식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이번 CES에서 실물이 공개되며, 2028년 현대차 메타플랜트에 실제 투입하겠다는 계획이 제시됐다. 이는 로봇 기술이 연구·시연 단계를 넘어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중국 로봇 기업들 역시 빠른 상용화 전략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유니트리, 포리에 인텔리전스 등은 로봇 핸드와 촉각 센서, 구동계를 통합한 패키지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모빌리티 분야에서 검증된 고성능 센서 공급망과 AI 학습 인프라가 로봇 산업과 공유되며, 로봇 산업 전반의 기술 성숙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자율주행차는 기계식 자동차가 지능형 로봇으로 진화하는 과정의 핵심 전환 지점에 놓여 있다. 바퀴 위에서 검증된 인지·판단 알고리즘은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의 팔과 다리로 확장되고 있으며, 로봇 분야의 정밀한 물리 제어 기술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한차원 높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 융합은 모빌리티 산업을 전통 제조업의 틀을 넘어, AI·로봇·소프트웨어가 공존하는 지능형 시스템 생태계로 확장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한 산업 전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하고, R&D와 실증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 구축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종 산업 간 연계 전략 본격화해야
자율주행과 로봇의 융합이 가속화되는 지금, 정부와 산·학·연이 이(異)종 산업 간의 연계 전략을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