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레버리지’ 상장, 서학개미 발길 돌리나
“정교한 리스크관리 동반 돼야”
정부가 서학개미를 국내 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달 3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 입법 예고를 통해 국내 우량주를 기초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국내 상장을 허용하기로 했다.국내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장이 본격화되면서 그간 홍콩이나 미국 시장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국내 주도주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안방에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행 규정상 국내 ETF는 최소 10개 이상의 종목으로 구성해야 하는 ‘분산투자 요건’ 때문에 단일종목 상품 출시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통해 국내 우량주에 한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가 허용된다.
키움증권 김진영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 최근 홍콩(SFC)에서도 엔비디아, 테슬라와 더불어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2배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국내 우량주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를 해외 시장에서 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고 글로벌 ETF 시장의 흐름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나 홍콩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주로 증권사와의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통해 목표 노출을 확보하는 ‘합성’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한국은 조금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개별주식 선물 시장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고 대형 우량주의 유동성이 풍부하다”며 “기존 지수형 레버리지 ETF처럼 장내 파생상품을 활용해 목표 노출을 구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는 당국 입장에서도 모니터링이 용이하고, 개별주식 선물 시장의 거래량과 미결제약정을 늘려 유동성을 보강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도입안에서 3배 레버리지는 제외됐다. 이는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당국의 의지와 함께 최근 미국에서도 신규 3배 상품이 억제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관심은 어떤 종목이 첫 타자가 될 것인가에 쏠린다. 김 연구원은 “시가총액 규모, 일평균 거래대금,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여부 등이 주요 기준이 될 것”이라며 “이미 홍콩에서 검증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인 기초자산 후보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의 긍정적 효과와 함께 시장 미시구조에 미칠 영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레버리지 ETF 특유의 ‘일일 리밸런싱’ 구조 때문이다.
지수가 상승한 날에는 익일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추가 매수를, 하락한 날에는 추가 매도를 해야 한다. 이러한 기계적 매매가 장 마감 무렵에 집중되면서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을 더욱 키울 수 있다.
김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은 투자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순”이라며 “적격 기초자산의 명확한 정의와 함께 유동성공급자의 헤지 거래가 현물 및 선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체계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