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시장, 캐빈 워시 연준의장 지명에 파장

2026-02-03 13:00:40 게재

예상보다 매파적, 엔저지속·금리상승 압력 주목

다카이치 총리 엔저 용인 발언에 야당은 총공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신임 의장으로 캐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지명되면서 일본 금융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워시 신임 의장이 예상보다 매파적 성향이라는 점이 향후 엔저 지속과 추가적인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달러 155엔대로 다시 상승 =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워시 의장 지명으로 일본 국채시장에서 추가적인 금리상승 압박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신문은 “위시 의장 지명자가 상대적으로 긴축적 금융정책을 지향하는 매파적 성향으로 간주된다”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큰 폭의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향후 엔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 국채시장에서 상환까지 10년 이상 남은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2년물 금리는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채권시장 흐름이 일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즈호증권 관계자는 “일본 채권시장에서 특히 초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저의 지속도 예상된다. 워시 의장 지명으로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가 더뎌지고 미일간 금리 격차 축소도 예상보다 빠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달러 환율은 미일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으로 지난 주말 달러당 152엔대까지 하락했다가 2일 155엔대로 다시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다카이치 총리가 최근 선거운동 지원유세 과정에서 엔저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31일 선거 지원연설에서 국내 투자 촉진을 강조하면서 “엔고와 엔저 어느쪽이 좋은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면서 “민주당 정권 당시 달러당 70엔대의 초엔고로 일본 기업은 해외로 나갔고 실업률도 대단히 높았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 오른쪽)는 지난달 31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양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 로이터 = 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는 그러면서 “(엔저가) 나쁘다고 하지만 수출산업으로서는 커다란 찬스”라며 “더구나 정부의 외국환자금특별회계 운용에서 큰 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개입 등 비상금으로 운용되는 외국환자금특별회계가 엔저로 인해 엔화 표시 자산이 늘어 수익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말한 외국환자금특별회계의 2024년도 잉여금이 엔저 영향으로 5조3600억엔(약 50조원)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은 다음 회계연도 일반회계로 이월돼 정부 재원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다카이치 총리가 최근 자신이 내건 식료품 소비세 2년 감세 공약으로 인한 세수부족을 매우는 데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엔저를 용인하는 듯한 총리의 발언에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제1야당인 중도개혁연합 노다 요시히코 공동대표는 1일 선거연설에서 “(엔저 영향을 언급하면서) 수출 기업이 돈을 벌고, 정부가 잉여금을 남겨도 거기에 그친다”며 “(엔저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가계부를 정리하면서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공산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도 물가와 금리 상승으로 서민생활이 고통받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상장기업 70% 순이익 개선 = 한편 일본 상장기업의 실적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도쿄증시 프라임시장에 상장된 약 240개사의 2025년 4월~12월 기간 영업활동을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의 73% 기업 순이익이 증가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9%p 늘어난 수치다.

기업실적을 끌어 올린 배경은 인공지능(AI) 관련 수요다. 반도체 설비투자 확대 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어드밴테스트는 고성능 반도체장비 수요가 늘면서 순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2배가 늘어 2485억엔(약 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디스코는 첨단 반도체용 장비와 소모품이 호조를 보여 순이익이 9% 증가했다.

데이터센터 투자도 관련 기업의 수익성 향상에 기여했다. 배송전설비를 다루는 히타치제작소는 순익이 48% 증가한 6385억엔(약 6조원)에 달했다. HOYA는 같은 기간 순익이 32%늘어 1988억엔(약 1조8500억원)을 기록했다.

조사대상 기업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9.6%로 2007년 이후 가장 높다. 2023년 도쿄증권거래소가 자본효율의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기업이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등 수익력 향상을 도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히타치 등의 수익력 증가 배경에는 자본효율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이데 신고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내년에는 미국발 관세 영향도 없어지고, 정치권이 내놓은 소비세 감세 효과 등으로 기업실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두자릿수 이상의 수익 증가 예상도 나온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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