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지방정부’ 가시화…‘통합의회’ 견제 관건
특례 갖는 통합지자체 속도
통합의회, 경쟁구도 전환해야
여야가 2월 임시국회에서 광역권 행정통합과 관련한 특별법 논의를 본격화한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대구·경북을 각각 아우르는 초광역 특별지자체를 구성해 비수도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정부여당이 파격적 지원을 내걸고 ‘수퍼 지방정부’ 출범을 밀고 있는 가운데 합당한 견제장치를 갖춘 통합의회 구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의 행정통합과 관련한 여야의 특별법안이 발의돼 2월국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여야가 제출한 법안에 차이는 있으나 조정과정을 거쳐 300여개의 특례권한을 갖는 ‘수퍼 지방정부’ 출범 가능성이 높다. 정부 차원에서 파격적 지원을 강조했던 김민석 국무총리도 2일 “두 군데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처음 생각했던 것에 비해서 재정 소요가 더 커져 그에 대한 판단과 시뮬레이션을 긴밀하게 하고 있다”면서 “좀 부담이 된다고 해도 이미 국가적 방향이 잡혀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는 국민께 드렸던 약속을 지키는 기조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안에선 ‘수퍼 단체장’ 등장이 유력한 상황에서 지방의회가 통합의 파트너로 같이 출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독점하다시피 나눠 먹는 현행의 제도로는 견제와 균형의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26일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통합 지자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방의회 관련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호남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특정당 독점과 무투표 당선 등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수퍼 지방정부’에 대한 견제력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22년 제8기 지방선거 결과 광역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872석 중 61.9%인 540석, 민주당은 36.9%인 322석을 차지했다. 두 정당의 점유율은 98.8%에 달했다. 진보당(3석), 정의당(2석), 무소속(5석)의 몫은 10석에 지나지 않았다. 기초의원도 마찬가지다. 전체 2987명 중에서 국민의힘은 48.0%인 1435석, 민주당은 46.3%인 1384석을 확보했다. 거대양당 비중은 94.3%였다.
거대양당의 독과점 구조는 무투표 당선자 급증으로 드러난다. 2022년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 수는 모두 490명으로 지난 7회 지방선거(89명)보다 450%나 증가했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당시 무투표 당선자가 4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6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광역의원 108명, 기초의원 294명, 기초의원 비례대표 81명이 사실상 공천장으로 당선됐다. 서울 121명, 전북 62명, 경기 54명, 전남 50명, 경북 42명, 부산 35명, 대구 30명, 경남 22명, 인천광역시 21명, 광주시 13명, 충남 12명, 대전시 8명, 충북 8명, 울산시 7명, 제주 3명(교육위원 1명 포함), 강원도 2명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광주·전남, 대구·경북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광주광역시는 지역구 광역의원 20명 가운데 11명, 전남은 55명 중 26명이 무투표로 당선됐고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대구광역시에서는 29명의 지역구 광역의석 가운데 20명이, 경북은 55명 가운데 17명의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정개특위에서 “영·호남처럼 특정한 정당이 지방의회를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특별시가 출범한다면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가능하겠느냐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서 “통합특별시만이라도 정치적인 다양성과 비례성이 충분히 보장되는 선거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특정 정당이 독점하는 광주·대구 투표율이 37.7%, 43.2%였다”면서 “무투표 당선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유권자들이 투표의 의미를 못 느끼는 것 때문 아니냐”고 말했다.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별도 성명을 통해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3인-5인 획정) 전면 도입 △광역의회 비례대표 의원 비율 30% 이상 상향 △무투표 당선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여야가 행정통합 특별법과 정개특위 논의에서 이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민주당이 발의한 3개 권역 통합특별법에서 지방의회 구성과 관련된 조항은 대전·충남특별법에서 ‘의원정수를 80명 이내 범위 안에서 정하고 이중 비례대표를 20% 이상으로 한다’는 정도만 반영돼 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