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세조종’ 가상자산법 첫 유죄

2026-02-05 09:52:22 게재

징역 3년·추징금 8억원 … ‘자동매매 주문 반복’

“공정 가격 훼손” … 부당이득 산정은 무죄 판단

거래량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코인 시세를 조종해 수십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상자산운용업체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법원이 유죄를 인정한 첫 사례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4부(이정희 부장판사)는 4일 가상자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코인 운용업체 대표 이 모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억원, 추징금 8억4600원을 선고했다. 이씨와 함께 기소된 전직 직원 강 모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2024년 7월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금융감독원이 ‘패스트트랙(긴급 조치)’으로 검찰에 이첩해 기소된 첫 번째 건이다.

이씨 등은 2024년 7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이용해 A 코인의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고, 허수 매수 주문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하루 평균 16만개 수준이던 해당 코인 거래는 이씨 등이 개입한 후 245만개로 급증했는데 이 중 89%가 이씨측 거래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코인 122만개를 매도해 7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가상자산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 기능을 방해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며 “피고인들이 범행을 기획·주도했음에도 반성하지 않아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71억원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상자산법은 부당이득 가액에 따라 형벌을 가중하는 구조인 만큼 엄격한 산정이 필요하다”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부당이득 산정 방식과 액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2025년 1월 이씨 등을 구속기소하면서 이씨의 아파트 임차보증금과 거래소 계정에 보관된 가상자산 등 68억원 상당을 추징보전 한 바 있다.

서울=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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