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합당’ 반발에 ‘당원 주권’ 승부수
“당원 여론조사 하자” ‘반 합당’ 정면돌파 의지
당 내홍 수습 미지수 … 합당 동력 상실 우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당내 ‘반 합당’ 반발에 당원 주권 카드를 꺼냈다. 의원들의 반대가 계속되는 가운데 ‘당원 의견’을 묻자는 것.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가결을 통해 당내 기반을 다진 데 이어, 합당과 관련한 논란을 당심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당심 우위’에 대한 정 대표의 확신이 국면전환을 통해 내홍을 수습하고 합당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청래 대표는 5일 오후 초선의원 그룹인 더민초와 만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를 논의한다. 6일엔 중진의원, 10일에는 재선의원들과 만나 합당에 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더민초 소속 초선의원 20여명은 지난달 정 대표의 전격적인 합당제안에 자체 간담회를 열고 “합당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재선 의원 모임인 ‘더민재’도 4일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합당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으나, 찬반이 극명하게 갈려 별도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한 재선의원은 “찬반을 떠나 논란이 더 확대되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많았다”고 전했다.
합당을 두고 당내 이견이 불거지자 정 대표는 합당 반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이들 최고위원들은 “합당보다 국정안정 뒷받침이 우선” “독단적 사고”라며 정 대표의 합당 추진에 공개 반대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5일 국회에서 열리는 정책의총에서도 합당 관련 의원들의 입장표명이 나올 수도 있다.
당 안에서 합당으로 인한 당 내홍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정 대표가 4일 최고위에서 합당과 관련된 전 당원 여론조사를 제안한 것도 이런 파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지도부 안에서 합당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점을 의식한 듯 “국회의원과 당원은 똑같은 당원”이라며 “언론에서도 의원 간의 논란, 토론 등만 보도되는데 여기에 정작 당의 주인인 당원의 토론은 빠져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역점 과제인 1인1표제가 당권 주권 강화라는 대의 속에 3일 중앙위 투표에서 통과된 만큼 혁신당과의 합당 이슈 역시 당원 주권주의의 가치 선상에 놓고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초선의원은 “합당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의원들이 정 대표와 간담회를 갖는다고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 대표 입장에서 당원주권을 명분으로 의원들과 대립하는 듯 보이는 국면을 바꿔보려는 의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 등 공식절차가 시작된 상황에서 설 연휴 전까지도 합당 관련 논란이 이어지면 정국운영 전반에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의 합당 관련 전 당원 여론조사가 실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직전 최고위원이었던 한준호 의원은 4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합당 추진 여부를 당원 투표로 결정한다는 것은 “지도자로서 좀 비겁한 발언”이라며 “그렇게 하면 결국 O·X 문제라 당원과 당이 분열된다”고 우려했다.
당내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논평을 내고 “정 대표의 독단적이고 안일한 행태에 강력히 경고한다”며 “당내 분열을 즉각 수습하고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원조 친명으로 불리는 김영진 의원은 4일 CBS 라디오에서 “지금 합당이 통합과 단결로 승리하고 이재명정부의 성공으로 나아가는 가장 좋은 적기”라고 말했다.
대의원제의 사실상 폐지인 ‘1인 1표제’를 관철한 동력으로, 강성 지지층의 압도적 찬성을 등에 업고 ‘반 합당’ 의원들의 반발을 당심으로 돌파하겠다는 정 대표 구상을 당원들이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한편, 통합 협상 상대인 조국혁신당은 시도당 순회 간담회를 시작했다. 조국혁신당이 오는 8일까지 시도당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제안한 합당 관련 의견 수렴에 나선다.
조국혁신당은 3일 “당내 의견수렴을 위해 울산시당을 시작으로 시·도당별 자체 당원 간담회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당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 비공개로 진행되고, 관련 대외 메시지는 중앙당으로 일원화 했다”고 밝혔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은 “민주당의 합당 제안에 대해 전국 당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의견을 수렴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중앙당은 간담회 결과를 종합해 당의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