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 지원’ 이어갈 안전장치 최대 쟁점
재정특례, 숫자 있는 법안·없는 법안 대조
‘국세교부 비율·교부금 신설’ 국힘 공격적
민주당 ‘우선지원·교부세 보정’ 중심 설계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 5건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시·도 통합 논의가 본격적인 ‘설계의 시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법안 공개 이후 정치권과 지역사회에서는 찬반과 이해득실을 앞세운 논쟁이 먼저 불거지고 있다. 이에 내일신문은 이번 기획을 통해 정당 간 대립이나 속도 경쟁이 아닌, 법안 조항에 담긴 행정·재정·자치 구조의 차이를 중심으로 행정통합 이후의 지방자치 제도와 실제 주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살펴본다. <편집자주>편집자주>
현재 국회에 제출된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들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재정특례 조항이다. 통합 이후 행정·산업 특례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단기 지원을 넘어선 상시 재원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청와대를 축으로 재정지원 TF를 운영하며 통합 인센티브 구체화에 착수했다. 정부가 약속한 재정 분야 인센티브는 연 5조원씩 4년 지원이 핵심이다. 다만 4년 이후를 떠받칠 ‘공식’이 없으면 통합 논의는 매년 예산 협상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같은 당 대구·경북안도 국세 교부 특례를 별도 조항으로 두고(제47조), 행정통합비용·권한이양비용·청사통합 등 광범위한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명시했다(제45조). 통합에 따른 재정 불이익을 배제하기 위한 교부금·교육재정 특례(제72·73조)까지 묶어 재정 패키지를 구성했다.
반면 민주당 전남·광주안은 국세 이양에 대해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국가 책무(제3조 제4항)를 두면서도 ‘어떤 세목을 얼마만큼’에 대한 산식·비율은 담지 않았다. 재정기반 강화 조항을 교부세 산정 특례, 지방채 발행, 지방세 감면 특례(제42조~제51조)에 묶었지만 교부세 산정 특례를 10년간 보정하는 조항(제44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대전·충남안도 국세교부를 비율로 못 박지는 않았다. 다만 양도소득세를 특정해 통합특별시에 교부하도록 명시했다는 점(제54조)에서 전남·광주안보다 실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대구·경북안 역시 교부세 산정 특례, 지방채·지방세 감면 등 재정기반 강화 조항을 묶어 둔 형태(제51조~제68조)여서 ‘수치 조항’ 중심의 국민의힘안과 대비된다.
◆지원이 아니라 공식이 쟁점 = 재정특례가 일회성 지원에 머무는지, 통합 이후 체계를 떠받치는 상시 재원 구조가 되는지는 결국 공식의 유무에 달렸다. 이와 관련해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광역 통합 가능 지역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재정 소요가 커진 상황”이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중장기 재정 구조를 함께 놓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정 부담이 있더라도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지원 기조는 지키겠다”는 원칙은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출된 법안들을 살펴보면 우선 대전·충남 민주당안은 국가가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고 대통령령 기준에 따라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제51조),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과 공공기관 이전에서 우대될 수 있다는 조항(제296조·제302조)을 뒀다. 수치로 못 박기보다는 우선 지원·배분 우대 등 ‘가산’ 방식으로 재원 확보 장치를 마련하려는 구조다.
반대로 국민의힘 대전·충남안은 광역교통시설(광역철도 제외) 건설·개량 비용의 70% 이상, 광역철도는 100%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규정(제219조)해 사회간접자본(SOC) 재정특례까지 최고 수준으로 설정했다. 재정특례가 공격적일수록 정부 수용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기서 나온다.
청와대 재정지원 TF가 풀어야 할 과제도 결국 여기에 닿아 있다. 연 5조원씩 4년 지원이 통합의 ‘점화 장치’라면 특별법의 재정 조항은 4년 이후를 책임질 ‘연료’가 돼야 한다. 국회 심사는 다섯개 법안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 그리고 재정 이전을 정치가 아니라 제도로 굳힐 공식을 어디까지 담아낼지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재정 이전 공식 공개와 자동화’ 필요성을 제기한다. 박재욱 신라대 교수는 “지표 기반의 자동 배분 시스템을 도입해 매년 예산 협상으로 발생하는 소모적 정치 갈등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신일·홍범택·윤여운·최세호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