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재도약’ 꿈꾸는 홍콩, 금 거래 ‘허브’ 노린다

2026-02-05 13:00:25 게재

안전자산으로 수요 급증

상하이금거래소와 손잡고

‘중국-세계’ 잇는 교량 역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자산배분 전략이 다변화되면서 안전자산인 ‘금’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홍콩이 글로벌 금 거래의 핵심 허브로 재도약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5일 코트라 홍콩무역관은 ‘글로벌 금 거래 허브로 도약하는 홍콩’ 보고서에서 “홍콩정부는 금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격상시키고, 중국 본토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싱가포르와 두바이에 내주었던 금 거래 주도권을 탈환하겠다는 포부가 있다”고 밝혔다.

세계금협회(WFC)가 발표한 ‘2025년 금 수요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금 시장은 역사적인 변곡점을 맞이했다. 연간 금 수요는 사상 처음 5000톤을 돌파했으며, 금 가격은 연중 53회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골드러시’ 배경에는 지정학적 긴장감 지속과 달러 의존도 탈피를 노리는 각국 중앙은행의 매집 경쟁이 내재돼 있다. 2025년 중앙은행들의 금 순매입량은 863톤에 달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점유율이 2025년 중반 기준 세계 수요의 69%까지 치솟으며, 금 시장 무게중심이 서구권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홍콩은 이러한 시장 변화를 재도약의 신호탄으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의 금 수입액은 2020년 189억달러에서 2024년 655억달러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과거 홍콩은 수십년간 국제 금 거래의 중심지였으나, 최근 10년간은 싱가포르와 두바이의 공세에 밀려 위상이 다소 위축됐던 게 사실이다.

싱가포르는 대규모 민간 금고 시설과 인센티브를 통해 자산 관리 생태계를 구축했다. 두바이는 정련부터 인증, 세제 혜택을 묶은 풀패키지 시스템으로 아시아·아프리카 물량을 흡수했다.

홍콩정부는 이에 대응해 2024년 ‘국제 금 거래 센터’ 육성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장탁헤이 홍콩금거래소 회장은 “2026년 2분기까지 금 거래를 위한 중앙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재 150톤 수준인 금 보관 용량을 1000톤 규모로 대폭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홍콩 금 전략의 핵심은 중국 본토와의 연결성”이라고 진단했다. 올 1월 아시아금융포럼(AFF)에서 체결된 홍콩 금융재정부와 상하이금거래소(SGE)간의 양해각서(MOU)는 그 결정판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금 생산국(2024년 380톤)이자 최대 소비국(2025년 3분기 누적 591톤)이지만 본토 시장의 폐쇄성으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 접근이 제한적이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홍콩에 개설된 ‘SGE 오프쇼어 금 보관고’다. 이곳에 보관된 금은 상하이금거래소 시스템 내에서 공식 인도 가능 물량으로 간주된다.

즉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 본토에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홍콩에서 SGE 규격의 실물 금을 인수·인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위안화 표시 금 거래를 국경 밖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홍콩을 실물 인도와 대금 청산이 동시에 이뤄지는 통합 금융 허브로 격상시키는 조치다.

홍콩무역관은 “홍콩이 아시아의 ‘골드 게이트웨이’로 변모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홍콩의 금 허브 전략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능동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금융기관·투자자는 홍콩을 통해 SGE 규격의 위안화 표시 실물 금에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며 “원화–달러–위안화간 복합 헤지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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