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건축왕’ 동해 망상지구 항소심서 징역형

2026-02-05 13:00:39 게재

1심 무죄→항소심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2년

“허위자료로 사업자 지정, 경제자유구역 신뢰 훼손”

강원 동해 망상1지구 개발 특혜 의혹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전세사기 ‘건축왕’ 남헌기씨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유죄 판단을 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8-2부(최해일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남씨는 자신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강원경제자유구역 내 망상1지구 개발사업 시행자로 선정되도록 모기업 동해이씨티의 총자산을 1조2000억원, 고용 직원수를 2521명, 3년(2014~2016년) 누적 매출액을 4조5000억원이라고 허위 기재하는 등 재무상태를 부풀린 혐의를 받아 2022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2024년 8월 “피고인이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고 하더라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개발사업시행자 지정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이 시행자 지정 과정에서 사업부지 50% 취득 여부를 중시했고, 피고인 회사의 실제 재정 상태를 알고도 핵심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시행자 지정에 있어 자금조달 능력과 실제 사업수행 능력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며 “남씨가 운영하던 동해이씨티의 회사 규모와 재무 상태에 관한 허위 내용이 기재된 사업제안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면, 망상1지구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SPC는 개발사업시행자로 지정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남씨가 제출한 허위 재무자료가 단순 참고자료가 아니라 지정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판단 자료였다고 본 것이다.

남씨측은 허위 자료가 동해이씨티에 관한 것이고, 실제 시행자로 지정된 주체는 SPC라는 점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은 SPC가 동해이씨티가 70% 출자해 설립한 법인이고 자기자본 조달 역시 동해이씨티의 예상 매출을 전제로 한 구조라는 점을 들어 형식만 다를 뿐 실질은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해각서 체결의 당사자와 개발사업시행자 지정의 당사자가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허위 자료 제출 행위와 지정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은 또 남씨가 행정 절차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도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들었다. 남씨는 사업제안서 작성 용역을 맡긴 뒤 허위 내용이 기재된 자료를 직접 제출했고,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 직접 출석해 회사 규모·도급 순위·매출 등을 허위로 진술한 사실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적극적으로 자산, 매출액, 시공능력, 직원 수 등에 관해 허위 내용을 제출하거나 진술했다”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개발사업시행자로 지정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대규모 공공성이 수반되는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해 국가 경쟁력 강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려는 입법 목적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들의 권유·유도 정황 △남씨가 이미 전세사기 사건으로 실형 확정판결을 받은 점과의 형평 △연령과 범행 이후 정황 등을 고려해 징역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남씨는 인천·경기 일대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으나,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총 536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모두 5차례 기소됐다. 남씨는 1차 기소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고, 2차 기소사건에선 15년형을 받았다. 지난해 8월 3차 기소 사건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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