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기 투자 분쟁’ “오젠, 휴곤에 14억 반환해야”
대여금 반환 책임만 인정 … “금전소비대차는 출자 아냐”
손배 소송, 유상증자 사기·대표이사 기망 주장은 배척
공기살균기 사업 투자와 관련한 분쟁에서 법원이 제조사측의 대여금 반환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경영진의 기망 행위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8부(김도균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금융지원서비스업체 휴곤이 가전제품 제조사 오젠과 이 회사 대표이사·공동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오젠이 휴곤에 14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다만 경영진의 공동 불법행위 책임과 유상증자금 반환 청구는 기각했다.
앞서 휴곤은 2022년 4월 오젠과 유상증자 출자확약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달 출자금 8500만원을 지급했다. 또 4월과 5월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4억원과 10억원 등 총 14억원을 오젠에 송금했다.
이후 휴곤은 해당 자금이 공기살균기 생산을 위해 지급된 것임에도 오젠측이 이를 회사 운영비와 소송비, 공탁금 등으로 사용했다며, 경영진의 기망을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법원은 금전소비대차계약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휴곤의 손을 들어줬다. 오젠측은 이 돈이 유상증자 계약의 일환인 출자금이므로 변제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계약서 제목이 금전소비대차계약서로 명시돼 있고 연 4.6%의 약정이자를 지급하는 대여 구조로 되어 있다”며 “문언과 달리 출자라고 볼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오젠은 휴곤에 대여금 원금 14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반면 재판부는 8500만원 유상증자금 반환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유상증자 취지에 대해 “휴곤이 2022년 5월까지 약속한 25억~3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대여·출자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오젠이 제3투자자를 물색해 휴곤의 주식을 매수하게 함으로써 휴곤이 투자금을 회수하도록 하기 위한 구조”라고 해석했다. 해당 권리는 오젠이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휴곤이 일방적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휴곤이 주장한 자금 목적 외 사용에 따른 공동불법행위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여금이 공기살균기 생산에만 사용되도록 특정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오젠이 이를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것 자체는 계약 위반이나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오젠이 홈쇼핑 판매가 가능한 수준의 공기살균기를 개발했고 관련 인증도 취득한 상태였던 점을 들어 사업 자체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더불어 검찰이 오젠 대표이사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