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에너지공기업 리더십 더 늦출 수 없다

2026-02-05 13:00:50 게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최근 “장기적으로 돈의 개념자체가 사라지고, 전력생산이 사실상의 화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가 경제의 실질적인 척도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대, 에너지는 국가안보이자 산업생존의 핵심 자산이 됐다.

그런데 정작 국내 에너지·산업 공공기관의 리더십은 중구난방·제각각이다. 새 정부 출범 8개월이 지났지만 1년 이상 수장이 공백인 기관이 상당수에 이르고, 어떤 기관은 무리하게 공모를 추진하다 절차가 중단됐으며, 낙하산 인사 논란도 여전하다. 탄핵정국의 혼란을 틈타 취임한 인사도 있다.

리더십에 대한 인선 기준이 모호하고, 속도나 방향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결과는 자명하다. 정책 결정이 늦어지고, 집행은 느슨해지며, 책임은 떠넘기기 십상이다. 새정부가 아무리 좋은 공약을 수립했어도 현장에서 속도감 있게 움직일 리 만무하다.

한국가스공사는 사장 공모 절차가 중단됐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재공모에 들어갔다. 강원랜드는 2023년 12월 이후 수장이 비어 있다.

한전KPS와 탄소산업진흥원도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 지 2년이 가까워오도록 후속 절차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석유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은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데, 일부 기관에서는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리더십이 검증 안된 낙하산 인사 낙점설이 제기된다.

문제는 단순한 자리 공백 또는 낙하산 인사의 문제가 아니다. 공기업 수장은 대규모 투자, 요금·가격 정책, 설비 확충, 재무 관리,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안보 대응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의사결정이 늦어질수록 사업은 지연되고 비용은 커진다. 투자 타이밍을 놓치면 시장 경쟁력도 떨어진다. 미수금 14조원을 안고 있는 가스공사, 부채 21조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처럼 재무 부담이 큰 기관일수록 책임 경영이 절실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미 진행된 대통령 및 장관 업무보고시 여과없이 드러났다. 리더십 부재가 조직 전반의 책임성과 추진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 세계 에너지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전력 수요는 늘고, 에너지 전환과 안보의 균형이 요구된다. 이런 국면에서 리더십 공백은 곧 정책 공백이다. 정책 공백은 또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제각각인 리더십 공백을 더 늦추거나 방치할 시간도, 이유도 없다. 이제는 원칙과 전문성에 기반한 인선을 통해 리더십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 정부는 내각과 책임을 분담하는 인사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와 산업 공기업은 ‘자리’가 아니라 ‘국가 전략 자산’이다.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