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 교환했지만 영토문제 제자리

2026-02-06 13:00:03 게재

미국 중재 러·우 3자 협상

외교적 성과와 종전의 벽

올하 쿠르크-말라예바(26)가 2022년 마리우폴 방어전 중 포로로 붙잡혔다가 석방된 전쟁포로(POW) 남편 루슬란(32)을 끌어안고 있다. 루슬란은 포로 교환을 통해 석방돼 5일(현지시간) 체르니히우 지역의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 도착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중재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3자 협상에서 포로 교환 합의가 이뤄지며 일부 성과를 냈지만 핵심 쟁점인 영토 문제는 진전되지 못했다. 종전까지 여전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티브 윗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는 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회담 도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포로 314명 교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포로 교환은 발표 직후 곧바로 이행됐다.

러시아 국영 통신 리아노보스티는 양측이 국경 지역에서 각각 157명의 포로를 맞교환했다고 전했다. 협상 결과가 즉각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신뢰 구축의 신호로 해석됐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포로 송환은 양측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군사적 소통 채널 복원도 합의됐다. 미국과 러시아는 고위 군 당국자 회담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는 오판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지속 가능한 종전을 위해서는 외교 채널뿐 아니라 군 간 협조가 필수라는 인식이 반영됐다. 세 나라는 앞으로 수주 동안 3자 회담을 이어가겠다는 공동 성명도 발표했다. 대화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음 회담 장소로 미국이 언급된 점도 주목된다. 미국이 중재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의 외교적 개입이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기대는 여기까지였다. 공동 성명과 회담 후 발언 어디에서도 영토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즉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주권 침해로 보고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미국이 제안한 도네츠크 지역 자유경제지대 구상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 제안은 우크라이나의 철군을 전제로 하고 있어 우크라이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결과적으로 영토 문제는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지지 못한 채 사실상 동결 상태에 머물렀다.

더군다나 포로 교환은 이미 지난해에도 세 차례 합의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결과를 3자 협상의 실질적 돌파구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포로 석방 준비에는 통상 수일에서 수주가 걸린다며 이번 교환이 협상 당일 논의의 직접적인 산물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영토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협상만 장기화될 경우 우크라이나가 받는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포기하지 않으면 군사 작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실제로 최근 러시아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약 481㎢의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했다. 전달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가장 빠른 진격 속도라는 분석도 나왔다.

군사 공격은 협상 기간에도 이어졌다. 러시아는 드론을 동원해 수도 키이우의 아파트와 북부 지역 철도 인프라를 공격했다. 에너지 시설을 노린 타격도 다시 강화되고 있다. 이는 혹한기를 앞두고 전력과 난방 공급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협상과 전투가 동시에 진행되는 전형적인 소모전 양상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두 번째 3자 협상이 마무리됐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치명적인 분쟁을 끝내기 위한 결정적 돌파구는 마련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전쟁의 방향을 바꿀 만한 정치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의미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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