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미국 대형 로펌 선임을 바라보는 시각

2026-02-06 17:07:24 게재

홈플러스를 둘러싼 불안이 길어지고 있다. 일부 매장 운영 축소와 임금 지급 지연 문제가 불거지면서 직원들과 협력업체의 우려가 커졌고, 거리 집회와 긴급 지원 요청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긴장감은 단순한 경영 이슈를 넘어 생계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향한 책임론도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 이후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직원과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보다 가시적인 해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정치권과 여론 역시 자구 노력과 책임 있는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미국 현지 로펌을 선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MBK 측은 최대주주로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해외 투자 및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현지 법률·정책 자문을 활용하는 것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일반적인 절차라는 설명이다.

다만 시점과 맥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홈플러스 관련 현안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또 다른 대형 경영권 이슈에 자원을 투입하는 모습이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는 법적 문제라기보다, 대주주로서의 역할과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가깝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분쟁 역시 단순한 기업 간 이해관계를 넘어선다는 평가가 있다. 미국 내 제련소 투자 계획은 핵심 광물 공급망과 경제 안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국제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런 배경 속에서 경영권 분쟁이 해외 정책 환경과 맞물리는 양상은 국내 기업 지배구조 갈등이 글로벌 차원으로까지 부각되는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

한편 MBK를 둘러싼 여러 법적·정치적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관련 사안들은 현재 수사 또는 절차가 진행 중인 단계로, 최종 판단은 사법 당국의 몫이다. 다만 이러한 상황 자체가 사모펀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자본 효율성과 기업 가치 제고를 목표로 한다. 그 기능과 역할은 시장에서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대규모 고용과 산업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대주주가 되는 순간, 단순한 투자자의 지위를 넘어선다는 인식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직원과 협력업체, 지역 경제까지 고려하는 책임 경영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이번 논란은 특정 기업이나 인물에 대한 평가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에서 사모펀드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과 투자 수익 사이의 균형을 맞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제도와 시장, 그리고 투자 문화 전반이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다.

결국 핵심은 신뢰다. 대주주의 전략적 판단이 시장과 이해관계자에게 어떻게 읽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업 구성원들이 어떤 보호를 받는지가 장기적인 기업 가치에 직결된다. 사모펀드의 역할이 확대되는 시대일수록, 책임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 역시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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