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물 산화로 암세포 사멸 유도 광치료 기술 개발
저산소 환경에서도 치료 효과 유지 … 치료·관찰 동시 구현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화학과 김종승·우한영·곽경원 교수 연구팀이 빛을 쬐는 것만으로 암세포 주변의 물을 산화시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새로운 광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빈리우(Bin Liu) 교수, 성균관대학교 이진용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됐다.
8일 고려대에 따르면 광역학치료는 빛을 이용해 활성산소종을 만들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법이지만, 종양 내부처럼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치료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나노구조나 산소 전달체를 활용하는 방식이 제안돼 왔으나, 구조가 복잡하고 제어가 어렵다는 문제가 뒤따랐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포막에 안정적으로 삽입되는 단일분자 광 테라노스틱스 플랫폼(NDI-COE)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암세포막에 자리 잡은 뒤 빛을 받으면 세포 주변의 물을 직접 산화해 활성산소를 생성하며, 외부 산소 공급 없이도 반응이 지속된다. 실제 실험에서도 저산소 환경과 정상 산소 환경에서 유사한 수준의 활성산소 생성이 확인됐다.
이렇게 생성된 활성산소는 암세포막 손상을 유도해 염증 반응을 동반하는 파이롭토시스(pyroptosis)를 효과적으로 활성화했다. 파이롭토시스는 세포막이 부풀어 오르며 파열되는 형태의 세포 사멸 경로로, 강한 항종양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기술의 강점은 치료와 동시에 그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NDI-COE는 세포막에 삽입되면 형광을 띠어, 암세포가 파괴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파이롭토틱 소낭의 방출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치료와 진단 기능을 단일 분자 수준에서 결합한 테라노스틱스 기술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물 산화 능력이 없는 유사 물질과의 비교 실험을 통해, 이번 물질이 활성산소 생성량과 저산소 환경 안정성에서 현저히 우수하다는 점도 입증했다. 이는 해당 물질이 단순한 광감각제를 넘어, 암세포막에서 직접 작동하는 ‘분자 광전극’처럼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종승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세포 주변의 물을 활용해 산소 의존성을 극복한 새로운 광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며 “치료와 이미징 기능이 결합된 기술로, 저산소 종양 치료는 물론 향후 면역 반응 연구로의 확장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1월 28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