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석유기업에 온난화비용 부담 요구

2026-02-09 13:00:25 게재

‘기후 슈퍼펀드’ 입법 확산 … 석유기업 주별로 대응 준비, 한국도 중장기 영향 가능성

미국에서 지구온난화 피해비용을 석유기업에게 부담시키는 이른바 ‘기후 슈퍼펀드’ 법안이 각 주로 확산되고 있다. 다만 법적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제도의 정착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9일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기후 슈퍼펀드 법안은 연방정부의 ‘슈퍼펀드’ 제도를 모델로 삼아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복구비용을 대형 온실가스 배출기업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산업오염 책임을 기업에 묻던 기존 슈퍼펀드 개념을 기후변화 문제로 확장한 셈이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법적공방에도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기후 슈퍼펀드 법안’ 보도를 통해 “현재 이 법안을 통과시킨 주는 뉴욕과 버몬트 두 곳”이라며 “하지만 두 주의 법안은 미 법무부와 산업단체, 다른 주 정부들의 소송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법적 쟁점은 기후변화라는 글로벌 현상을 특정 기업과 특정 주의 입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지 여부다.

그럼에도 유사한 입법시도는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메인주에서는 관련 법안이 최근 상임위원회를 통과했고, 일리노이와 뉴저지에서도 법안이 발의됐다. 코네티컷 역시 조만간 유사 법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주에서 기후피해 비용부담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뉴욕의 법안은 향후 25년간 대형 기업들이 총 750억달러를 공동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버몬트주의 경우 구체적인 재정부담 방식은 행정부가 추후 마련하도록 했다. 두 주 모두 아직 비용을 부과할 대상 기업 목록은 공개하지 않았다.

법안 지지자들은 해안침수 대응, 홍수 방지, 인프라 보강 등 기후적응 사업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오염을 일으킨 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따르라는 주장이다.

뉴저지주의 존 매키언 주 상원의원은 “문제는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부담할 것이냐”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법안을 ‘오염자 부담법’으로 명명했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석유협회(API)는 기후 슈퍼펀드 법안을 업계 존립을 위협하는 사안으로 규정하며, 주별 확산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API 수석부회장 더스틴 마이어는 “소위 기후 슈퍼펀드 법안과 극단적인 소송은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켜온 에너지 생산자들을 소급적으로 처벌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엑손모빌의 변호사 저스틴 앤더슨은 “(기후 슈퍼펀드 법안 발의가 확산되는 상황에 대해)법원에서 계속 패소하니, 법을 만들어서 돈을 내라고 하고 사후에 다투게 하자는 논리”라고 질타했다.

결국 이번 논쟁은 단순한 환경규제를 넘어 기후변화 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묻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주 단위 입법이 확산되는 가운데 법원의 판단과 정치적 논쟁이 미국 기후정책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기후 슈퍼펀드 논의는 한국의 에너지·정유업계에도 중장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석유기업을 겨냥한 책임부과 분위기는 국제규범과 투자기준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환경·행정심사를 대폭 강화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추진 중인 태양광·풍력발전 프로젝트 수백건이 멈췄지만 화석연료 중심 사업구조는 지속가능한 방향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탄소감축과 에너지전환 투자 압박이 커지면서 중장기적으로 저탄소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의 시장 입지는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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