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이 당선’ 2인 선거구 대폭 축소해야
양당 의석 독점·무투표 당선 양산
비례확대, 단체장 결선투표 요구도
역대 최저 투표율(50.9%), 무투표 당선 급증(490명), 거대 양당 의석독점 심화(93.6%). 4년 전 제8회 지방선거 성적표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김 경 서울시의원 공천헌금 사건은 지방선거 제도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와 소수정당들이 연일 토론회 집회 등을 통해 지방선거 제도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현재 제기되는 개혁 과제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주>편집자주>
승자독식, 거대 양당 독점을 고착화시키는 지방선거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방의원의 경우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지역구가 많아지면서 사실상 임명직화되고 공천비리, 무투표당선 등의 문제를 양산하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를 막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와 소수정당들은 기초지방의회 선거의 ‘2인 선거구’를 폐지하고 ‘3~5인 선거구’로 전환할 것과 광역의회 선거 비례의원 확대, 광역단체장 결선투표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거대 양당 ‘4인 선거구’ 161개를 39개로 축소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비롯한 8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9일 ‘지방선거제도 개혁 촉구 공동입법의견서’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현재 지방의회 선거제도는 유권자의 표심이 의석 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극단적인 불비례성으로 민의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며 ‘기초의회 3~5인 선거구제 전면 확대’와 ‘지방의회 비례의원 30~50% 확대’를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선거제도·정치 개혁 촉구 시민사회-제정당들도 같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실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결과,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선거에서 모두 득표율에 비해 거대 양당이 과도하게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광역의회 의석 점유율은 98%를 넘었고 기초의회 의석 점유율은 93%에 달했다. 지방의원 무투표 당선자는 2006년 48명에서 2022년 490명(12%)으로 급증했다. 이런 불비례성은 시민들의 지방자체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웠고 4년 전 전국 투표율은 50.9%로 직전 지방선거에 비해 9.3%나 하락했다. 시민단체들은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구조 속에서 유권자의 선택권은 제한되고 거대 양당 구조는 공고화되고 투표 참여의 동기는 점차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의회 ‘4인 선거구’는 2006년 도입 당시 161곳을 만들었다. 그러나 거대 양당에 의해 4인 선거구가 2인 선거구 2개로 바뀌면서 39개로 축소됐다. 시민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기초의회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만든 4인 선거구를 시·도의회가 2인 선거구로 나눈 ‘쪼개기’ 때문이었다.
지난 2022년엔 여야가 30곳에서만 3~5인 선거구제를 시범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소수 정당 출신 당선자가 4배 가까이 확대됐으나 거대 양당의 복수공천 등으로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이와 관련 이정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2022년 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 효과와 한계’ 보고서에서 “30개 선거구 109명 당선자 중 소수정당 후보는 4명(3.7%)이고 나머지 96.3%는 양대 정당후보였다”며 “이는 기초의회 전체 선거구 소수정당 후보당선율(0.9%)보다 높지만 그 효과를 추론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인 이상 선거구 확대 △선거구획정위 권한 강화(2인 선거구로 쪼개기 방지) △거대 양당의 복수공천 자제 등을 제안했다.
◆자치단체장 20% 득표하고 당선되기도 = 시민사회단체들은 사표 발생과 비례성 왜곡, 거대 양당의 의석 독점 심화 등의 문제를 해소할 방안으로 ‘지방의회 비례대표 확대’도 오래 전부터 요구해왔다. 지방의회의 경우 대부분 전체 의석수의 10% 수준에서 비례대표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국회의원 300명 중 47명(15% 이상)을 비례대표로 두는 국회와 비교해도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국회에도 지방의회 선거제도 비례성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대표적으로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기초의원은 3인 이상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고 광역의원의 경우 권역별 정당명부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기초·광역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비중을 10%에서 30%까지 확대하고 비례대표 의석 배분 기준을 3%로 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 필요성도 제기된다. 하승수 변호사는 “지금은 한표라도 더 받으면 당선되는 방식이어서 사표가 다수 발생하고 20%도 안되는 득표로 당선되는 사례가 나오는 등 민주적 정당성,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지자체장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표를 2번 할 경우 선거비용이 늘어나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데 영국 런던시장 선거처럼 1차, 2차 선호 투표를 한번에 하는 보완투표제 도입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국회와 정당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거대 양당 독점 구조 타파와 비례성·대표성·다양성 강화를 위한 지방선거제도 개혁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며 “지방선거제도 개혁 없이는 지방자치도, 민주주의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곽태영·윤여운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