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인가, 기로인가…혁신당, ‘독자생존’ 과제
합당 놓고 민주당 내부갈등 유탄
지방선거 ‘제3당’ 지위 증명 관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민주당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조국혁신당과 통합하는 것이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 성공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혁신당과 통합에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그것은 애당심의 발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지난 1월 22일 긴급회견을 자청해 ‘6.3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면서 “합치자”고 제안한 후 3주 만이다. 정 대표의 전격적인 합당 제안이 방법과 시기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 속에 전면전 양상으로 번진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졌다.
정 대표가 합당론을 거둬들일 경우 13일까지 최종입장을 요구한 조 국 대표와 조국혁신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 내홍은 협상 파트너가 될 조국혁신당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고, 조 국 대표는 “권력투쟁을 이기기 위해 합당 제안을 받은 우당에 허위 비방을 퍼뜨린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흡수 통합을 전제로 한 민주당의 내부 계획 등도 혁신당 안의 반발을 키웠다. 혁신당 안에선 내란극복을 위한 정치합의도 이행하지 않는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합당 논의에서 독자성을 인정하며 협의에 나설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며 ‘예고된 반응’이라는 시각도 있다. 관건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혁신당의 독자생존의 과제가 더욱 크게 불거졌다는 점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합당과 관련한 민주당 내부 논란이 정 대표 리더십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면 조국혁신당에는 제3당의 독자성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겼다”고 평가했다. 엄 소장은 “양당 통합 논란은 여권 지지층에 범여권의 586 대표성을 놓고 정청래 대표, 김민석 총리, 조 국 대표가 경쟁하는 차기 구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면서 “특히 조 대표의 혁신당이 독자세력으로 남아야 하는지, 남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묻는 시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총선에서 혁신당의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전략에 공감했던 친민주당 지지층이 6.3 지방선거에서 기존 입장을 계속 가져갈 것인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당초 ‘민주당보다 더 맵고 선명한’ 지향을 표방했던 혁신당의 지방선거 전략이 합당 논란 이후에도 유효할지가 관건이다. 선거 연대를 통해 호남에선 경쟁하고, 수도권 영남에서는 협력하는 지방선거 구상이 적용될 수 있을지, 독자 노선으로 간다면 선거구제 개편 등에 민주당이 협력할 것인가도 변수다.
이와 관련 조 국 대표는 민주당의 최종입장을 요구하며 “합당 논의에 영향받지 않고, 준비한 시간표대로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혁신당의 ‘고통스러운 봄’이 될 공산이 커졌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