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기술로 식량주권 지키는 국가- 파키스탄

무병 씨감자 기술 지원, 생산성 6배 증가

2026-02-11 13:00:03 게재

2028년까지 매년 16만톤 생산해 농가 보급 … 현지 정부 정책사업으로 안착

한국농업기술이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고 있다. 포괄적 해외원조 사업이지만 한국에서 장기간 농업기술을 연마했던 농업전문가들의 해외진출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평생 한국농업 현장을 지켰던 전문가들이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코피아·KOPIA)을 통해 각국 식량주권을 소리없이 뒷받침하고 있다. 코피아 활약으로 부유해진 세계 각국의 농업 현장을 2회에 걸쳐 지면에 담는다. <편집자주>

파키스탄에서 감자는 중요한 식량자원이다. 밀 다음으로 감자가 식탁에 많이 오른다.

기후가 서늘하고 토양이 비옥한 파키스탄 북부지역은 특히 감자 생산이 잘되는 곳이다. 연간 700만~800만톤이 생산된다. 파키스탄 정부는 감자를 전략 수출작물로 선정할 정도로 감자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질병에 대처하는 속도가 늦고 생산성이 정체되고 있어 새로운 씨감자 기술이 필요했다. 씨감자는 감자 생산의 핵심 종자다. 감자는 씨앗이 아니라 덩이줄기를 다시 심어 재배하기 때문에 씨감자 품질이 수확량과 직결된다. 무병 씨감자가 병해충 발생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농가 소득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파키스탄 씨감자는 대부분 농가에서 자가 채종하거나 수입에 의존해왔다. 이로 인해 바이스러 감염에 따른 수확량 저하와 품질 불균일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씨감자를 매년 수입하는데 국가 재정손실도 컸다.

파키스탄 고지대에 한국 농업기술로 재배 중인 무병 씨감자. 사진 파키스탄 코피아센터 제공

◆씨감자 바이러스 등으로 매년 수입, 국가 재정 손실 = 파키스탄 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손 잡았다. 농촌진흥청은 2020년 파키스탄 농업연구청과 협력해 코피아 파키스탄센터를 개소했다.

한국형 무병 씨감자 생산기술을 현지에 전수해 자급력을 키워주는 프로젝트다. 현지에서 해결하지 못한 무병 씨감자 생산과 저장, 유통까지 이어주는 농업개혁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초기에는 실증 중심 기술보급으로 시작해 현재 수경재배 기반 무병 씨감자 생산 기술의 효과성을 현지에서 입증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 결과에 관심을 가지며 정책 지원을 결정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2023년 ‘무병 씨감자 자급시스템 구축’을 국책사업으로 지정하고 한국 정부와 함께 5년간 각각 250만달러씩 공동 투자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확대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국립농업연구센터 내 3.2㏊ 규모로 무병 씨감자 종합 생산단지가 추진되고 있다. 수경재배시설 망실하우스 저온저장고 등 첨단 생산시설이 단계적으로 구축됐다.

지난해 3월에는 파키스탄 총리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종합생산단지 준공식이 열렸다. 코피아 지원으로 추진되는 무병 씨감자 생산시설이 파키스탄 정부의 핵심 농업혁신 사업으로 정착하는 단계다.

◆코피아 기술인력 교육까지 지원 =파키스탄은 왜 한국형 농업기술을 선택했을까. 파키스탄 코피아센터는 한국에서 축적해온 무병 씨감자 생산 전주기 기술을 파키스탄에 현지 여건에 맞도록 바꿔 전수했다.

파키스탄 코피아센터는 조직배양을 통해 생산된 무병묘를 수경재배시설에서 증식하고 망실하우스를 활용해 원원종(G1) 씨감자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배 환경을 중점 관리했다. 저온저장 시설을 연계해 수확 후 품질 유지와 연중 공급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한국형 농업기술의 현지화도 중요한 과제였다. 파키스탄 농업연구원과 기술인력을 한국으로 초청해 교육하고 현지 맞춤형 교육도 진행했다. 수경재배 조직배양 병해관리 저장기술에 대한 전문인력을 양성한 것이다.

박인태 파키스탄 코피아센터 소장은 “파키스탄 정부는 지속가능한 자급 시스템이 필요했다”며 “한국형 농업기술을 적용해 조직배양과 수경재배 기술을 결합한 한국형 씨감자 생산모델 정착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현지 씨감자 자급률 30%까지 확대 기대 = 코피아 기술지원으로 현지 무병 씨감자 생산성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경재배 기술을 적용한 결과 기존 토경재배 대비 씨감자 생산성은 6배 이상 증가했다.

바이러스 감염률은 국제 무병 씨감자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파키스탄에서 품질이 균일하고 안정적인 씨감자 공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현지 농가는 감자 생산성이 높아져 소득이 늘어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00톤 이상 씨감자 생산해 파키스탄 농가에 보급했다. 2028년까지 연간 16만톤을 생산해 농가에 보급할 예정이다.

기존 3%에 불과하던 파키스탄 씨감자 자급률이 이를 통해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네델란드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선진국에서 씨감자를 들여와 재정손실이 컸던 파키스탄 정부는 예산을 절감해 자국내 감자 산업의 체질개선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생산에서 유통소비까지 이어지는 산업 전반이 한단계 진화하게 된다는 뜻이다.

최광호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은 “한국형 무병 씨감자 보급사업은 파키스탄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공식 채택되고 양국 공동 재정 투자를 통해 대규모로 확산되고 있다”며 “농업 ODA 성과가 현지 정부 정책으로 내재화된 대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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