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1호 사고’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무죄

2026-02-11 13:00:35 게재

법원 “총수는 경영책임자 아냐”

노동계 반발 … 항소 여부 주목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 만에 발생해 ‘1호 사고’로 불린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그룹 총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삼표그룹 회장이 각종 보고와 회의에 참석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한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의정부지방법원 형사3단독 이영은 판사는 10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도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2022년 1월 29일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채석장에서 토사가 붕괴돼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숨진 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 만에 발생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그룹 부문별 정례 보고에 참석하고 대표자나 담당 임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한 보고나 회의가 안전·보건 업무를 포함해 사업 전반을 총괄하며 경영상 결정을 내리는 절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즉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신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이 판사는 “법령에 따른 안전조치 없이 작업을 지시했거나 이를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삼표산업 법인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으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일부 혐의가 인정돼 벌금 1억원이 선고됐다.

반면 현장 책임자들에 대해서는 형사 책임이 인정됐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삼표산업 본사 안전책임 담당자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공사 안전담당자와 관리감독자 등 양주사업소 관계자 3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노동계는 일제히 반발하며 검찰의 항소를 촉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진의 안전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한 법인데, 이번 판결로 책임 범위가 지나치게 축소됐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총수와 경영진의 안전·보건 관리 책임을 보다 엄격히 따져 항소심에서 법 취지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실질적 지배력과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총수에게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사실상 무력화했다”고 비판하고 “총수의 지시와 결정이 문서로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부정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대기업 총수를 처벌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다”며 항소를 요구했다.

검찰은 앞서 이 사건에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실질적·최종적 권한을 행사한 경영책임자가 정 회장이라고 보고 기소했으나, 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은 2024년 4월 시작돼 재판부 교체 등을 거치며 약 2년간 이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책임 범위를 본격 판단한 첫 사례인 만큼 항소심에서는 총수의 실질적 지배력과 사고 이전 보고·의사결정 구조, 그룹 차원의 안전관리 책임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서원호 기자·한남진 기자 os@an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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