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 허용해 유권자 선택지 넓히자
‘지방 없는 지방선거’ 벗어나고
‘지방소멸·정치 양극화’ 극복할
현실적 대안 ‘지역정당’ 재부상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지난 10일 ‘지방선거제도 개혁 촉구 공동입법의견서’를 통해 지역정당 설립 허용과 이를 위한 정당법 개정에 즉각 나서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임미애·이광희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주민대표성과 지방정치 다양성 확대를 위해 지역정당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은 ‘지역정당’을 현재 지방선거에서 나타나는 거대양당 독점, 지역 현안 부재, 낮은 투표율 등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이정진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은 “지역정당을 비롯한 다양한 정치집단이 참여한다면 지방선거가 중앙정치 위주의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생활과 밀접한 지역 이슈들을 논의하는 장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최근 지방선거제도 개혁방안 국회토론회에서 “독일 일본 등의 경우 지역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정당을 인정하고 있다”며 “지방자치가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도 지역정당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정당이 전국정당된 일본 ‘오사카유신회’ = 실제 해외 지방자치 선진국에서는 지역정당이 거대 중앙정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지역 밀착형 정책을 펴면서 유권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대안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독일의 경우 ‘유권자단체’ ‘자유유권자그룹’ 등 주민들이 만든 정치 결사체(단체)가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낼 수 있다. 이들 정치단체는 바이에른주 등 일부지역에서 제2, 제3당의 지위를 차지하며 실질적인 지역정치를 이끌고 있다.
일본의 ‘지역정당 교토’는 ‘중앙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교토만의 정치’를 표방하며 결성됐다. 교토당은 거대 정당들이 놓치기 쉬운 경관 보존 문제나 지역상권 활성화 이슈를 주도하며 시의회에서 의미 있는 의석을 확보했다. 오사카의 ‘오사카유신회’는 ‘오사카도(都) 구상’이나 지역의제를 내세워 오사카부·시의회 제1당을 차지했고 이후 ‘일본유신회’로 전국정당화 된 사례다. 이외에 ‘도민퍼스트회’ 등 지방자치단체장 중심의 지역정당과 생활협동조합,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한 지역정당도 있다.
국내에서도 ‘직접민주주의연대’ ‘은평민들레당’ ‘과천풀뿌리’ 등 지역에 기반한 정치 활동이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현행 정당법에 가로막혀 지역정당을 설립하지 못하고 있다.
◆헌법재판관 다수 ‘지역정당 허용해야’ 판단 = 현행 ‘정당법’은 ‘정당은 수도(서울) 소재 중앙당과 5개 이상 시·도당을 갖춰야 하며 시·도당별로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전국정당만을 인정하고 지역정당 설립을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지방자치, 지방분권이 확대되면서 제19대 국회 이후로 지역정당을 허용하자는 주장이 계속돼 왔다. 5개 이상 시·도당을 두도록 한 규정을 삭제하고 당원 수를 500명 수준으로 낮추는 등의 법개정안이 발의됐다. 원혜영·천정배 전 민주당 의원의 경우 지방선거에만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역정당 허용을 주장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헌재는 2005년 지역정당을 배제한 ‘정당법’에 대해 다수가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상당한 기간, 상당한 지역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정당’의 개념과 지역적 연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지역주의’를 우려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지난 2023년엔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이 지역정당 설립을 금지한 정당법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다. 위헌이 다수였지만 위헌결정 정족수 6명에 1명이 모자라 ‘합헌’ 결정이 났다. 다수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군소정당, 신생정당에 높은 장벽을 세워 민주주의를 막을 위험이 있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윤왕희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해 한국정당학회 추계회술회의에서 “현 지방선거의 핵심 문제는 지구당도, 지역정당도 없이 20년 넘게 선거가 치러지면서 ‘행정’만 있고 ‘정치’의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지역민에게 실질적인 선택지로서 지역문제를 다루는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래로부터의 정치가 살아 움직여야 ‘중앙정치 양극화’ ‘지방 소멸’도 극복 가능하다”며 “6.3 지방선거가 지역정당을 통한 지역정치 복원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