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혁명’ 2년 만의 선택…방글라데시 총선 돌입
총선후보만 2000여명
헌법 국민투표도 함께
2024년 대학생 시위를 유혈 진압한 뒤 축출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 이후 처음 치러지는 방글라데시 전국 총선이 12일 시작됐다. 이번 선거는 2년 전 대규모 유혈 사태 이후 처음 열리는 전국 단위 선거다. 동시에 권력 구조 개편을 담은 헌법 개정안 국민투표도 진행된다. 유권자 1억2700만명은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전국 4만2000여개 투표소에서 투표를 시작했다. 300개 선거구 중 299곳에서 오후 4시 30분까지 투표가 이뤄졌다. 1곳은 후보 사망으로 연기됐다. 임기 5년의 지역구 의원 300명을 선출한다. 전체 의석은 350석이다. 나머지 50석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여성 할당 의석으로 배분된다. 총리는 총선 결과 다수당 대표가 맡는다.
이번 선거에는 51개 정당 소속 1732명과 무소속 후보를 포함해 2000여명이 출마했다. 옛 제1야당인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다. BNP는 292개 선거구에 후보를 냈고 12곳은 연대 정당에 양보했다.
차기 총리 1순위로는 타리크 라흐만 BNP 총재 대행이 거론된다. 그는 전 총리 칼레다 지아의 아들로 17년간 영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12월 귀국했다. 빈곤층 지원 확대를 약속했고, 총리 임기를 2선, 최대 10년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 유치와 부패 척결도 공약했다.
이슬람주의 정당인 자마트 에 이슬라미도 주요 변수다. 자마트는 224개 선거구에 후보를 냈다. 2024년 학생 시위를 이끈 국민시민당(NCP) 등 10개 정당과 연합했다. 의사 출신 샤피쿠르 라흐만 총재가 당을 이끈다. 경제 다각화와 이웃국과의 우호 관계를 내세웠고, 의류 산업 의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총선과 함께 진행되는 국민투표에는 행정부·입법부·사법부 간 견제 강화 방안이 담겼다. 총리 임기 2선 제한도 포함됐다. 여성 대표성 확대 조항도 있다. 이는 2024년 시위대가 요구한 개혁안을 반영한 것이다.
치안은 크게 강화됐다. 군인과 경찰, 국경수비대(BGB) 등 90만명이 배치됐다. 해외 감시원 400명과 국내 감시원 5만명이 투표 과정을 점검한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024년 3주간 이어진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대 14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하시나 전 총리는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다카 법원 궐석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현재 인도에 체류 중이다.
방글라데시는 독립 이후 군사 통치 시기를 제외하면 아와미리그와 BNP 중심의 양당 구도가 이어져 왔다. 이번 선거는 그 정치 질서가 재편될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로 반복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동시에 세대교체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청년 유권자들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문화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유력 당선 후보가 기존 정치권 인사라는 점에서 학생 혁명이 제시한 이상이 얼마나 제도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투표 결과는 방글라데시 민주주의의 향방뿐 아니라 남아시아 정치 지형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