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ETF 상품 종목 축소할수록 출혈경쟁

2026-02-13 13:00:24 게재

중소 자산운용사 다양화 요구

‘1사 1상품 가능성’ 우려 커져

이해상충 논란과 공정경쟁 왜곡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상 기업을 일부 우량 기업으로 크게 제한할 경우 자산운용업계의 수수료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자산운용사는 대형 종목만 레버리지 ETF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금융 당국에 전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단일 종목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1운용사 1ETF’ 원칙과 함께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같은 일부 우량 종목만 허용된다면 중소형사도 상품 출시를 안할 수가 없다”며 “종목이 겹치고 구조가 똑같다면 남는 것은 수수료 전쟁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수익성이 악화된 ETF 시장에서 또다시 출혈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목이 한정적이다 보니 운용사들은 상품 구조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차별화가 어렵다. 결국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수수료 인하’와 ‘브랜드 마케팅’ 등 과열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1사 1상품’ 원칙이 현실화되고, 종목이 크게 제한될 경우 이해상충 논란과 공정경쟁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이 삼성전자를, 경쟁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SK하이닉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후발 주자나 중소형 운용사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게 된다.

중소형 운용사들은 ‘종목 다양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처럼 대형주 위주로만 허용할 경우 대형사가 시장을 독식하는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상품의 다양화와 더불어 대형주 취급을 1사 1상품만 취급할 것이 아니라 모든 운용사가 취급할 수 있는 완전경쟁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량종목으로 제한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 범위와 대상을 정하지는 않았다”며 “1사 1상품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레버리지 특성상 변동성이 지나치게 클 경우 ‘정부가 투기판을 깔아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규제와 시장 활성화 사이의 접점을 찾는 과정이지만, 중소형사들 입장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서학개미의 발길을 돌리고 국내 증시 활력을 높이기 위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 출시를 이르면 6월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대상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시가총액 최상위 우량주로 한정된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국내 대장주 레버리지 상품으로 쏠린 투자 자금을 국내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홍콩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배 ETF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보관액만 약 17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수요는 입증된 상태다. 정부는 이 수요가 국내로 유입될 경우 ETF 순자산 500조원 시대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이르면 6월경 첫 상품이 상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 상승기에는 막대한 자금 유입의 촉매제가 되겠지만, 하락기에는 2배의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이와 관련 12일 금융위원회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등을 지난달 30일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부방안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투기성 자금의 유입을 부추길 위험이 있어 상품 출시 후에도 엄격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운용사 간의 수수료 경쟁이 투자자에게는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업계 전체의 질적 성장 측면에서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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