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스톱’ 세액공제 폐지

2026-02-19 13:00:03 게재

자동차 연비 규제 완화 급물살 … 자동차업계 vs 소비자단체 입장차

국내 완성차 단기비용 절감 기대, 이차전지 업계 전동화 동력 약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차량의 ‘시동-정지’(start-stop) 기능에 부여하던 배출가스 기준 크레딧(세액공제)을 전면 폐지했다. 연비 및 온실가스 규제를 완화하려는 정책 기조가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단기적으로 규제대응 비용이 줄어들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정책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에 현지공장 건립을 추진 중인 이차전지(배터리) 업체들도 변수가 발생했다는 평가다.

◆미 ‘배터리 수명 단축’ 근거로 온실가스 혜택 중단 = 미 환경보호청(EPA)은 차량이 신호대기 등 완전히 정지했을 때 엔진이 자동으로 꺼지고, 운전자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다시 시동이 걸리는 ‘스타트-스톱’ 기능에 대해 더 이상 온실가스 배출기준 크레딧을 부여하지 않겠다고 최근 밝혔다.

그동안 자동차 제조사들은 해당 기능을 장착할 경우 연방 온실가스 배출기준을 충족하는 데 필요한 크래딧을 받을 수 있었다. 2012년식 이후 차량이 배출기준을 초과하면 벌금이 부과될 수 있었는데, 스타트-스톱 크레딧은 이를 상쇄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리 젤딘 EPA 청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스타트-스톱 기능은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일반적인 오해라고 반박한다. 소비자 보고서(Consumer Reports)도 해당 기능이 배터리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는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스톱 기능은 연료절감과 배출저감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2012년 EPA가 해당 기능을 장착한 차량에 크레딧을 부여하면서 적용 차량 수는 급증했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International)가 2023년 내놓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타트-스톱 기능은 주행조건에 따라 연비를 7.27%에서 최대 26.4%까지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엔진 마모 우려와 연비 효과에 대한 불신 등으로 논란이 이어져 왔다.

자동차업계는 트럼프 정부의 방침에 대해 환영의 뜻을 보였다. GM 포드 혼다 등을 대표하는 자동차혁신연합은 성명서에서 “이전 행정부에서 도입된 달성 불가능한 배출 규제 일부를 바로잡은 조치”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결정은 연비규제를 완화해 기업부담을 줄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방향을 직접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다만 향후 정권교체 시 규제기조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 국내 업계, 시나리오 다변화 대응 필요 = 때문에 미국의 이런 정책은 국내 자동차 및 이차전지 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배출 기준과 스타트-스톱 크레딧이 완화되면 현대차·기아는 단기적으로 미국 판매차종의 규제대응 비용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모델의 상품전략도 보다 유연하게 운용할 여지가 생긴다.

미국에 현지공장 투자와 공급계약을 확대해온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은 전동화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비상등이 켜졌다.

하지만 위해성 판단 폐기 이후 주정부·환경단체의 소송이 전개될 수 있는데다 차기 행정부의 정책 반전 가능성이 상존한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전동화 투자방향을 수정하기보다 규제 시나리오 다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정책에 올인하기 보다 이원화 전략(내연기관 수익성 유지 + 전기차 경쟁력 강화)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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