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업체 4곳 등록취소…주식매입자금 대출만 늘고, 업계 부진은 지속
대출잔액 1.7조로 역대 최대 규모 … 스탁론 취급 1위 업체 비중 30%
부동산담보대출 비중 급감, 상위 업체도 적자 … 등록취소 더 나올 듯
투자자와 대출받는 사람을 연결하는 금융서비스로 출범 당시 관심을 모았던 P2P금융이 위기를 맞고 있다. 주식시장 활황으로 주식매입자금 대출(스탁론)이 가파르게 늘면서 대출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업계 전반의 부진은 심화되고 있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말 P2P업체 4곳의 등록을 취소했다.
브릭베이스, 자연드림, 온투인, 에이치엔알 등 4곳은 더 이상 신규 영업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록취소를 신청했고 금융당국이 이를 허가한 것이다.
2020년 8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온투법)이 시행된 이후 2022년 54개였던 P2P업체는 4년 만에 46개로 줄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등록취소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업체들이 몇 곳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중앙기록관리기관인 P2P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말 기준 46개 업체 전체 대출잔액은 1조7400억원으로 전년(1조1328억원) 대비 약 53.6% 증가했다.
전체 대출잔액 중 30%에 달하는 4926억원은 1위 업체인 하이펀딩에 집중돼 있다.
하이펀딩은 개인 및 법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서 주식매입자금 대출(리파이낸싱)을 해주고 있다. 증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투자자들이 기존 대출을 갚고 새로운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주식을 담보로 리파이낸싱을 해주는 것이다.
작년 1월 하이펀딩의 대출잔액은 1579억원으로 업계 2위였지만 1년 사이에 대출잔액이 211% 가량 증가했다. 1위였던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도 대출잔액이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2위로 내려왔고 하이펀딩과의 대출잔액 격차는 1800억원 가량 벌어졌다.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도 스탁론 대출을 취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주력은 부동산담보대출이다.
1월말 기준 P2P업계의 상품유형별 대출잔액 비중을 보면 기타담보(스탁론)가 40%로 가장 높고, 부동산담보(39%), 개인신용(10%), 어음·매출채권담보(7%), 법인신용(3%), 부동산PF(1%) 순이다.
지난해 1월 부동산담보(52%) 비중이 가장 높고, 기타담보(25%), 어음·매출채권담보(12%), 개인신용(4%), 법인신용(4%), 부동산PF(3%) 순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커졌다.
사실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대출잔액이 역대 최대라고 하지만,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22년 8월 1조4131억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지 않다.
스탁론을 제외하면 전체 시장이 오히려 축소됐다. 당시 부동산담보 비중은 70%였고 업계 1위는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 2위도 부동산담보 대출을 주로 취급한 투게더앱스였다. 투게더앱스의 대출잔액은 2572억원에서 올해 1월 119억원으로 급감했다.
주식 시장에서 ‘빚투’가 급증하면서 P2P업계 전체 대출잔액이 다소 늘기는 했지만 업체들의 수익성은 나아지지 않고, 재무건전성은 악화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아서 대출 잔액 상위 업체들도 현재 대출 규모로는 예상했던 만큼의 이익이 창출되는 구조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하이펀딩은 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수익은 12억원, 영업비용은 24억원으로 수익보다 비용이 2배 가량 높다. 2023년 18억원의 당기순손실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낸 것이다. 다만 지난해 스탁론 급증으로 재무구조가 다소 개선됐을 것으로 보인다.
2위 업체인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의 경우 2024년 1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당기순손실이 359억원에 달했다.
3위 에잇퍼센트의 경우 2024년 68억원, 2023년 80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2021년 6월 렌딧, 에잇퍼센트, 피플펀드컴퍼니 등 3곳은 온투법상 등록요건을 갖춰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처음으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로 등록했다.
중금리 개인신용대출 영업에 주력했던 렌딧은 지난해 10월 영업을 종료했다. 피플펀드컴퍼니는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 업계 1위였던 테라펀딩은 지난해말 영업을 종료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