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기대감에 그치고 있는 ‘머니무브’

2026-02-20 13:00:03 게재

작년 4월 이후 예탁금

실질 유입액 2.2조 불과

국내 증시의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이 100조원을 넘나들며 ‘역대급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로 외부에서 증시로 유입된 ‘새 자금’은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가 본격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지난해 3월 말 58조4000억원이었던 고객예탁금은 올해 2월 13일 기준 99조2736억원으로 40조7993억원(약 69%) 폭증했다. 표면적으로는 코스피 6000 시대를 견인할 강력한 ‘실탄’이 장전된 모습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예탁금 유출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같은 기간 증시로 들어온 실질 자금 유입액은 2조2194억원에 그쳤다. 늘어난 예탁금 40조원 중 약 5%만이 외부에서 들어온 ‘진짜 새 돈’이고, 나머지 38조원 가량은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을 매도한 뒤 계좌에 남겨둔 ‘매도 대금’인 셈이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코스피 5500을 넘나드는 강세장에서 개인은 차익 실현을 위해 대규모 순매도를 단행했다. 보통 하락장에서는 주식을 팔고 시장을 떠나기 위해 예탁금을 인출(출금)하지만, 이번 장세에서 투자자들은 주식을 판 돈을 그대로 증권사 계좌에 묶어두는 선택을 했다.

정부가 제시한 ‘기업 밸류업 정책’과 ‘부실 상장사 정리’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을 완전히 떠나지는 못하면서도, 고점 부담감에 선뜻 신규 자금을 추가로 태우지는 못하는 ‘관망세’가 예탁금 수치만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실질 고객예탁금은 고객예탁금 증감에서 미수금과 신용잔고 증감, 개인들의 순매도분을 뺀 금액으로, 특정 기간 동안의 실질 자금 유출입을 나타내는 지표다.

고객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은 예수금이다.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 않더라도,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인출해 나가지 않으면 고객예탁금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언제든지 주식을 구입할 수 있는 만큼 고객예탁금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주식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유동성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직까지 본격적인 머니무브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다만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 의지가 명확하고, 작년 이후 한국증시의 성과가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증시로 향했던 서학개미의 투자 열기도 주춤해질 가능성이 커, 결국 시중자금은 주식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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