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공세 계속…청와대 ‘신중대응’
대미 통상 불확실성 고조에 주말 동안 대책 논의
“상황 바뀌지 않아” 판단 속 대미투자법 예정대로 처리
국회도 미 관세 대응 점검…여야, 정부에 향후 방안 질의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에 대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15% 부과 등으로 대미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청와대는 통상 환경 변화를 유심히 관측하는 동시에, 관세 국면이 쉽게 바뀌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대미 투자 관련 절차는 그대로 진행하는 신중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23일 청와대와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청은 전날 저녁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에서 긴급 통상현안 점검회의를 열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정태호 대미투자특별법 특별위원회 여당 간사를 비롯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박윤주 외교부 1차관 등 당·정·청 관계자가 총출동했다.
이들은 최근 연방대법원 판결 영향 등 대미 통상 불확실성 관련 사항을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점검한 후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을 당초 여야 간 합의대로 3월 9일까지 처리하는 데 뜻을 모았다. 지난해 마무리 된 한미 무역합의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도 변동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앞서 청와대는 미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인 21일에도 두 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연 바 있다. 여기선 미 사법부의 판결로 국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했지만 대미 수출여건이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한미동맹에 기초한 우호적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번 판결로 인해 우리의 수출 여건이 개선되는 것 아니냐는 낙관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이런 전망에 선을 긋고 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라는 후속조치를 발표한 데다 다른 법적 수단을 활용해 품목별 관세 압박을 이어갈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당장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미 간 무역·투자 합의가 안보·외교 사안을 포함한 패키지로 이뤄졌다는 점은 청와대가 신중 기조를 이어가는 또다른 배경이다. 이번 판결을 근거로 기존의 합의를 원점으로 돌릴 경우 미국 측의 보복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물론 한국이 기존에 얻어냈던 핵잠수함 등 안보 관련 사항에 어떻게 작용할지 확신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에 꺼내들었던 25% 관세 재인상 카드 역시 살아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국회에서도 미국 관세 정책을 둘러싼 정부 대응을 점검한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23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한국은행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현안 질의를 진행한다.
여야 의원들은 구윤철 부총리 등을 상대로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와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따져 묻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신속 대응과 국회의 초당적 협조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미투자특별법을 포함해 정부가 미국과 맺은 관세·대미투자 양해각서(MOU)의 법적 정당성과 실효성을 점검하며 구체적인 대응책을 요구할 전망이다.
김형선 이명환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