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패권전쟁 시대…첨단기술 유출 수사 못하는 기술경찰

2026-02-25 13:00:01 게재

특허·영업비밀 침해사건만 가능, 수사범위 확대 절실

기술경찰 기술유출 기소율 약 20%, 검찰의 2배 수준

사건 느는데 25명이 전국 관할 … 수사처리 장기화

기술패권전쟁 시대다. 기술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다. 기술은 안보차원에서 관리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근저에도 기술패권이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 국가들이 기술개발만큼 지식재산 보호와 보안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배경이다. 기술유출을 경제안보 범죄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추세다.

김용훈 지식재산처 지식재산보호협력국장이 12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국가첨단전략기술 해외 유출차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지식재산처 제공

기술패권이 치열할수록 산업기술 유출 가능성은 높아진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적발건수가 105건이다. 피해 규모는 25조원에 달한다.

기술유출 대상은 반도체 첨단바이오 이차전지 등 국가 핵심산업은 물론 함선 전투기 잠수함 등 국가안보와 깊이 관련이 있는 방위산업까지 망라돼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조사(2020년부터 2025년 6월)에 따르면 해외로 유출된 산업기술 110건 가운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가핵심기술 유출이 33건(30%)을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1조6000억원을 들여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나노급 D램 제조기술이 중국 반도체기업으로 넘어간 사건이 대표 사례다.

수법도 △설계도 등 기술정보의 무단 반출 △인력 빼가기부터 △적대적인 인수합병(M&A) △합작투자 등 지능화·고도화 되고 있다.

◆5년간 산업기술유출 105건 = 전문가들은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유출에 대한 강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한경협 조사에서 응답자 87%는 처벌수위 대폭 강화등 실효성 있는 입법조치를 주문했다. 기술유출은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처벌 강화와 함께 보안이 매우 중요하다. 기술은 한번 유출되면 피해를 되돌리기 어렵다. 따라서 철저한 예방과 유출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유출을 막아야 한다.

수사기관 능력과 신속한 사건처리가 기술유출 방지의 핵심인 이유다. 실제 기술유출을 입증하려면 수사기관의 고도화된 기술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식재산처는 지식재산 총괄 기능과 기술전문성을 가진 기술안보 조직(컨트롤타워)이다. 2024년 4월에 방첩기관으로 지정돼 기술유출 방지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다. 국내 유일의 기술수사 전문조직인 기술특별사법경찰(기술경찰)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경찰은 2019년 출범해 특허침해와 영업비밀 유출 수사를 개시했다. 7년(2019년 3월~2025년) 동안 기술유출과 관련된 영업비밀 침해사범을 455명 입건하고 34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출범 후 344명 검찰 송치 = 기술경찰은 짧은 기간에도 많은 성과를 냈다.

전고체전지 등 국가첨단전략기술 해외유출을 차단했다. 기술경찰은 최근 이차전지 대기업 임직원과 내통하며 ‘전고체전기’ 기술 등을 빼내려 한 외국인 A씨를 구속기소했다. 전고체전기는 미래첨단기술로 꼽힌다.

기술경찰이 전고체전지 핵심정보의 해외유출을 차단한 것이다. 만약 해외로 유출됐다면 기업 피해규모는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7월에는 이차전지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려던 국내 이차전지 대기업 팀장 B씨를 붙잡았다. B씨가 빼돌린 자료는 사진파일로 3000여장에 이른다. 일부는 국가첨단전략기술과 국가핵심기술에 해당되는 자료다. 자료 유출 시 수십조원대 계약규모,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 등을 고려하면 피해규모는 예측조차 어려울 정도다. 2023년 1월에는 반도체 웨이퍼 연마(CMP) 관련 국가핵심기술을 중국에 유출하려한 국내 대기업 출신 등 6명을 검거(3명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기술경찰의 성과에도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입건자 수는 늘지만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수사처리는 계속 늦어진다.

현재 기술경찰은 25명이다. 이들은 심사·심판 경력자, 박사, 기술사, 변리사, 변호사 등 기술·법률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25명이 전국 기술유출 수사를 관할하고 있다. 발생하는 조사와 수사를 담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술경찰 수사는 최근 5년간(2021~2025년) 56.7% 증가했다. 입건자가 2021년 596명에서 2025년 934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수사인력은 같은기간 22명에서 25명으로 3명만 추가됐다. 사건처리기간이 7.8개월에서 17.4개월로 2.2배 늘어난 건 당연한 결과다.

◆수사인력 증원 반드시 필요 = 기술경찰의 수사범위도 매우 좁다. 기술경찰 직무범위는 △영업비밀(기술상·경영상 정보) 유출 △특허·실용신안·디자인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데이터 보호조치 무력화, 상품 형태모방) 수사로 규정하고 있다. 즉 현행 법 체계상 기술경찰은 특허·디자인·영업비밀 침해사건만 수사할 수 있다.

현재 중요한 산업기술유출 사건은 수사범위에서 제외돼 있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위반죄는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추가 기소해야 한다. 사건처리 지연이나 산업기술 유출 혐의의 적용 누락이 가능한 지점이다.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는 산업기술 유출과 영업비밀 유출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인식 특허법인 성암 변리사는 “보호대상이 ‘국가핵심기술’이냐 ‘일반 영업비밀’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침해의 행태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정 변리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5년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사건의 54%에서 두 혐의가 동시에 인정됐다.

기술침해 사건의 핵심은 고도의 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유사성 판단과 침해여부 분석능력에 있다. 기술경찰은 국내 수사기관 중 최고의 기술전문가다. 검찰에 접수된 기술침해 사건 중 약 20.1%를 담당하고 있다.

검찰연감에 따르면 2023년 검찰의 기술침해사건 기소율은 10.8%다. 반면 기술경찰의 기소의견 송치율은 2배 수준인 20%에 이른다.

이한선 LG에너지솔루션 전무는 “기술유출 범죄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기술유출을 예방하는 기업의 보호 노력은 물론 기술유출 범죄의 신속한 수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술전문성과 수사역량을 갖춘 수사인력 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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