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순회 한동훈…화려한 복귀? 고독한 퇴장?

2026-02-26 13:00:04 게재

25일 대구 2박 3일 방문 … 영남권 재보선 출마 타진 관측

친한계 “재보선 출마→복당→당권 회복” 정면돌파에 무게

일각 “박근혜 총선마다 붕대 매고 도와 … 싸움보다 희생”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를 2박 3일 일정으로 찾았다. 보수 텃밭에서 정치적 재기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계산으로 읽힌다. 제명 징계를 받아 정치인생 2년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한 전 대표. 장동혁 대표와 강성보수의 ‘탄압’을 극복하고 친정으로 화려하게 복귀할지, 아니면 장외에서 쓸쓸히 잊혀져갈지 갈림길에 선 모습이다.

시민과 셀카 찍는 한동훈 25일 오후 대구 중구 교동을 찾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시민과 셀카를 찍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윤의 그림자’ 드리운 한동훈 = 한 전 대표는 평생 검사로 지내다 뒤늦게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2024년 말 집권여당 비대위원장으로 폼 나게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2년여의 짧은 활동기간이었지만, 한 전 대표는 집약적 체험을 했다. 자신을 발탁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해 “국민 눈높이”를 언급했다가 ‘윤석열정권 황태자’에서 졸지에 ‘반윤 우두머리’로 전락했다. 윤 전 대통령의 방해를 뚫고 당 대표에 선출되면서 정치적 가능성을 확인한 한 전 대표는 12.3 계엄을 반대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면서 권력보다 민심을 좇는다는 명분을 확보했다. 정치인에게 큰 자산인 팬덤도 형성됐다. 그가 찾는 곳마다 인파가 몰렸고 환호가 잇따랐다. 정치입문 2년 만에 차기주자급 위상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계도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자신을 발탁한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탄핵에 찬성하자 강성보수층은 그를 “배신자”로 공격했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조사(1월 27~28일, ARS,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0%p)에서 한 전 대표의 제명에 대한 의견을 묻자, 보수층에서 ‘제명해야 한다’ 61.5%, ‘제명해선 안 된다’ 31.3%였다. 보수층을 기반으로 큰 꿈을 꿔야하는 한 전 대표 입장에서 보수층 다수가 제명에 찬성한 결과는 뼈아픈 대목으로 읽힌다.

중도층과 진보층 입장에서도 ‘계엄 반대’ ‘탄핵 찬성’을 표방한 한 전 대표이지만, 우호적인 시선을 던지기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권력의 주구’ 노릇을 했던 검찰에서 평생을 몸담았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윤석열정권 황태자’로 불렸다. 윤석열정권에서 법무부장관과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발탁됐다. 한 전 대표는 내란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중도확장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구서 회초리 맞겠다는 자세로” = 한 전 대표는 장 대표와 강성보수층에 맞서 거침없는 반격을 쏟아내고 있다. 1만명 넘게 집결한 토크콘서트를 열어 세 과시를 하더니, 대구와 부산 등 전국을 돌면서 지지세를 모으려는 모습이다. 친한계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가 6.3 재보궐선거에 대구 또는 부산에서 무소속 출마해 원내에 진입한 뒤 지방선거 전후로 장동혁체제가 붕괴되면 당권을 차지한다는 시나리오도 내놓는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동아일보 유튜브 ‘정치를 부탁해’에 출연, 한 전 대표의 대구 방문과 관련 “(한 전 대표가) 거기서 출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 그렇다”고 말했다. 강성보수층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숙보다 정면돌파를 택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다른 출구전략도 제시된다. 김영우 전 의원은 25일 SNS를 통해 “한 전 대표는 대구에서 환영받기보다 회초리를 맞겠다는 자세로 민심에 다가가야 한다. 앞으로 보수를 바닥에서부터 재건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구 시민의 환호와 박수를 즐기기보다 보수 위기의 책임에 공감하는 겸허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주문으로 읽힌다.

다른 야권 인사는 한 전 대표에게 재보선 출마보다 지원유세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이 인사는 “한 전 대표는 싸움꾼 자질보다 희생의 정치를 보여줄 때다. 출마보다 지원유세를 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총선 때마다 붕대를 칭칭 두른 손으로 전국을 돌며 악수를 했다. 후보들은 박 전 대통령을 자신의 지역구에 모시려 경쟁했다. 당원과 후보들은 (박 전 대통령에게) 부채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훗날 박 전 대통령이 도와달라는 얘기를 안 해도 알아서 도왔다. 한 전 대표도 희생의 정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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