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권 가진 국민·당원, 강성 지지층 또다른 표현”

2026-02-27 13:00:02 게재

정치학회·선관위·입법조사처 학술대회

거대 양당 지방선거 공천에 쓴소리

민주당엔 “숙의 부재 당원민주주의”

국민의힘엔 “과도한 중앙집권성 강화”

정치학계에서 거대 양당의 지방선거 공천에 대한 쓴소리를 내놓아 주목된다. 당원들이 후보 선출 과정에서 참여하는 비율을 높인 더불어민주당의 ‘당원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숙의 부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중앙당의 영향력을 확대한 국민의힘엔 ‘과도한 중앙집권성 강화’라는 비판을 내놓았다.

26일 한국정치학회는 중앙선관위, 국회입법조사처와 공동으로 주최한 ‘지방선거 정당공천과 한국 민주주의: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선 윤왕희(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박사는 먼저 2016년에 ‘국민에게 공천권을’을 외쳤던 정당들이 10년 후인 2026년엔 공천권을 ‘당원’에게 집중하려고 하는 이유를 짚었다. 윤 박사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주는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에 열광하다가 유럽식으로 ‘당원’ 주권을 강화하려는 최근 흐름에 대해 “이름만 달리할 뿐 공천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표를 던져줄 ‘강성 지지층’을 나타내는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식 공천제도의 핵심인 ‘개방’과 유럽식 당원제도의 핵심인 ‘실질적인 정당 활동의 보장’을 외면한 채 강성 지지층에 공천권을 몰아줬다는 지적이다.

윤 박사는 “일반 국민의 선택은 여론조사의 형태로 표집되는 소수의 선호로 대체됐고, 당원들은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한 채 명부상으로만 존재하는 ‘경선 투표권자’에 지나지 않게 됐다”며 “결국 당 안으로 들어와 있는지, 혹은 당 밖에 머물러 있는지의 차이만 있을 뿐, 여론조사 응답자와 당원 투표 응답자들의 특성은 다르지 않다. 양당의 중앙 지도자 혹은 당권파에게 반응하는 특정한 부류의 강성 그룹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먼저 민주당이 주도하는 ‘당원 주권주의’의 결정적 한계를 지목했다. 민주당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1차 예비 경선을 ‘당원 100% 여론조사’로 전환시켰고, 2차 경선에서도 ‘당원 50%, 국민 여론 50%’로 만들었다. 광역의회 비례의원 후보 선출도 당원의 손에 넘겼다. 윤 박사는 “전당원 투표제 등 당원 직접민주제의 문제점은 숙의성”이라며 “투표권은 부여하되 투표 선택에 대한 숙의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가 취약성”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중앙집권성 강화’도 도마 위에 올렸다. 윤 박사는 국민의힘이 기초단체장 공천에서 기존의 우선추천지역 외에도 ‘인구 50만 명 이상의 기초단체장’과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정하는 기초단체장’에 대해서도 중앙당 공관위로 관할권을 넘기도록 한 점을 지목하며 “사실상 중앙권력이 상당한 수준으로 지역 수준의 공천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 공개 오디션 등의 형식으로 지방의원(비례대표 광역의원) 공천도 일부 관장할 수 있게 돼 시·도당 자율성은 더 침해됐다”고 비판했다.

그러고는 “외형적으로 보면 당원 직접민주주의와 중앙집권성은 서로 모순되는 가치처럼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양자가 서로를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며 “당원 직접민주주의는 정당의 중간 조직이나 대의기구의 역할을 최대한 소거한 채 개별 당원들에게 권한을 넘겨주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폐지되거나 약해진 하부조직들을 대신해 중앙당이 의제 설정 및 관리의 주체로 더 강화된 모습을 띠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당원 직접민주주의와 중앙집권성의 역설적 조합이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드러나는 주요한 특징이자 문제점”이라며 “정당제도의 내적 정합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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