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마약 ‘처방→유통’ 고리 뚫렸나
경찰, 반포 사고에 공급망 수사 확대 … 불법 처방·순회 확보 후 재판매 구조 여전
30대 여성이 약물을 투약한 채 포르쉐를 몰다 서울 반포대교에서 추락해 운행 중이던 차량을 덮친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단순 약물운전이 아니라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 처방과 유출 여부를 포함한 공급 경로 수사에 착수했다. 의료 단계에서 개인으로 넘어간 약물이 실제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구조적 관리 공백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운전자 A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는 전날 오후 8시 44분쯤 반포대교 북단을 주행하다 난간을 들이받고 강변북로 구리 방향 1차로로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40대 남성이 몰던 벤츠 차량을 덮쳤다. 두 운전자 모두 경상을 입었다.
사고 차량에서는 프로포폴 빈 병과 약물이 담긴 일회용 주사기, 의료용 관 등이 다량 발견됐다. A씨는 약물을 투약한 채 운전했고 약물을 소지한 사실도 인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프로포폴은 병원 내 투약만 허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개인이 주사기와 함께 다량 보관하기는 어렵다.
경찰은 불법 처방이나 의료 단계 유출 가능성을 중심으로 확보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의료기관과 처방 의사, 조제 약국까지 포함한 전 단계 확인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의료용 마약류와 관련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어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확산된다.
수사기관은 합법 처방 단계에서 개인에게 넘어간 뒤 불법 유통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주목한다. 동일 환자 반복 처방, 병원 순회 처방, 가족 명의 대리 처방이 주요 확보 방식으로 지목된다. 이렇게 모은 수면제와 식욕억제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 프로포폴 등이 브로커를 거쳐 사회관계망서비스와 메신저로 재판매되는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일부 거래는 텔레그램 등 폐쇄형 통로에서 이뤄져 수사 난도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기관 내부 관리 부실도 유출 경로로 꼽힌다. 앞서 재고 관리가 허술한 틈을 이용해 약물이 외부로 빠져나가거나 의료진이 자가 투약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또 펜타닐 패치를 암환자 처방으로 위장해 회수한 뒤 판매하거나 졸피뎀을 다수 환자 명의로 나눠 처방한 사례도 적발됐다.
수사과정에서 경찰은 건강보험 청구 자료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연계해 이상 처방 패턴도 분석한다. 특정 의료기관의 처방량 급증, 동일 환자 반복 처방, 지역 간 이동 처방 여부가 주요 점검 대상이다. 처방량과 약국 조제량이 맞지 않거나 진료기록이 허위로 확인되면 의료법과 마약류관리법 위반을 함께 적용한다.
약물운전은 증가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약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건수는 237건으로 전년보다 약 45% 늘었다. 약물운전 교통사고도 2023년 24건에서 2024년 70건, 지난해 75건으로 증가했다.
공급 단계 문제도 반복된다. 최근 3년간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된 의사는 매년 300명대를 기록했다. 의료용 마약류 접근성이 높고 중독 위험 인식이 낮은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하거나 환자에게 불법 투약해 거액을 챙긴 사건도 발생했다.
정부는 프로포폴 상시 모니터링과 펜타닐 처방 관리 강화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 간 처방 정보가 실시간 차단되지 않아 순회 처방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의료용 마약류 범죄가 의료행위와 유통 범죄가 결합된 구조라고 지적한다. 보건당국과 수사기관의 공동 대응 필요성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치료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약물 출처와 처방 경로, 유통 연계 가능성을 추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