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24년 11월 9일 계엄 결정”

2026-02-27 13:00:04 게재

내란 특검, 항소이유에서 1심 판결 반박

“계엄은 우발 조치 아닌 권력 독점 의도”

“실탄 허용 지시 인정, 양형엔 반영안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늦어도 2024년 11월 9일경에는 비상계엄 실행을 결정했다고 보는 것이 논리칙과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않아 그 자체로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27일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사건 1심 선고에 대한 항소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2023년 10월 이전부터 계엄을 준비했다’는 특검팀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장기독재 여건 조성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실행했다는 특검팀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의 위법이 있다”며 25일 항소했다.

특검팀은 우선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1일경에 이르러 우발적으로 비상계엄 선포를 결심했다고 본 원심 판단에 대해 “잘못된 사실인정”이라고 지적했다. 1심에서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 의결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라고 말한 사실을 인정했는데 이 발언만으로도 “비상계엄 계획을 다 함께 논의하는 과정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군 사령관 등 관련자 모두가 계엄 선포 전에 병력을 출동시켜야 한다는 윤 전 대통령의 의견에 반대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 실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이 전 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2024년 11월 9일 마지막으로 모여 비상계엄 선포시 출동부대 준비태세를 점검하는 등 비상계엄 실행을 구체화했고, 같은 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당시 문상호 정보사령관에게 부정선거 관련 수사임무를 부여하는 등 비상계엄 준비가 이뤄졌다는 게 특검팀 설명이다. 이에 따라 늦어도 2024년 11월 9일경에는 비상계엄 실행을 결정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또 이른바 ‘노상원 수첩’의 증거능력을 배척한 1심 판단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노상원 수첩에는 비상계엄 및 그 후속조치와 관련된 단계적 내용이 담겨 있어 중요한 증거로 제출됐지만 1심 재판부는 “작성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고 그 모양 형상 필기형태 내용 등이 조악하다”는 등의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수첩에 기재된 군 사령관 인사 관련 내용, 다음 국회의원 선거 일정, 특정 정치인의 구금계획 등의 내용과 그에 대응하는 2023년 10월 군 사령관 인사 결과, 2023년 12월 특정 정치인의 신병 상태 변화 등을 종합하면 노상원은 위 수첩을 2023년 10월 단행된 군 사령관 인사 이전부터 작성하기 시작해 늦어도 2023년 12월 작성을 마쳤다는 사실이 입증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노 전 사령관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 12월 사이에 비상계엄 초기 구상 내지 기획을 했고, 그 초기 단계에서의 기획 구상 내용 등을 직접 수첩에 기재해 뒀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노상원 수첩의 존재를 제외하더라도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의도가 권력의 독점·유지라는 사실은 쉽게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윤 전 대통령 등이 △반대 정치세력 뿐 아니라 시민단체 대표·언론인·법조인까지 체포 대상으로 삼은 점 △입법권을 무력화시키는 국가비상입법기구 설치까지 계획한 점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계획을 수립한 점 등을 들었다. 특히 윤 전 대통령 등이 계엄 이후 원상회복 또는 상황수습 계획을 밝히지 않은 만큼 권력의 독점·유지 상태를 지속하고자 했다고 보는 것이 논리와 경험에 부합하다는 게 특검팀의 설명이다.

특검팀은 1심 재판부가 “계엄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보면서 군 병력을 국회에 동원한 것만을 국헌문란 목적 행위로 보아 내란죄를 적용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특검팀은 “명백히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않아 위헌·위법성이 인정되는 비상계엄 선포만으로도 그에 따르는 강압적 효과, 즉 평상시 행정·사법기능이 군에 강제로 불법 이전됨으로써 그 기능이 정지 또는 배제되는 효과가 발생했으므로 비상계엄 선포는 그 자체로 국헌문란 행위로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강조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도 특검팀은 1심 판단을 비판했다. 특검팀은 “원심이 윤 전 대통령의 실탄 사용을 허용하는 지시를 한 사실을 인정함과 동시에 군인들에게 물리력 사용을 자제하도록 지시했다는 모순적 사실인정을 하면서 부당하게 이를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사건은 ‘친위 쿠데타’로 장기간 치밀하게 계획돼 실행됐으나 시민·국회 관계자들의 저항 등으로 목적 달성에 실패한 것에 불과한 점, 윤 전 대통령 등은 범행 이후 반성 없이 이 사건을 정치의 장으로 끌고가 국민 분열을 야기·조장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은 점 등 불리한 양형요소가 존재하지만 원심은 이를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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