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늘고 자산가격 올라도 ‘소비확대 제한적’

2026-02-27 13:00:08 게재

한은, 민간소비 효과 분석 … 산업간 불균형·가계부채 등이 원인

수출이 증가하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커져도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는 예전과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CJ제일제당이 일반 소비자용 설탕·밀가루 전 제품의 가격을 내린다. 인하율은 백설 하얀설탕, 갈색설탕 등 일반 소비자용 설탕 제품이 최대 6%(평균 5%)이며, 백설 찰밀가루, 박력1등·중력1등·강력1등 밀가루 전 제품은 최대 6%(평균 5.5%) 수준이다. 사진은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설탕 판매대.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과거 회복기와 비교를 통한 현재 민간소비 국면 진단 및 전망’ 보고서에서 고소득층이 소득의 증가만큼 지갑을 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이 약 12%로 전체 평균(18%)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추산했다. 한계소비성향은 소득이 늘어나는 것에 따라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 이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데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반도체 등 IT 분야는 자본 집약도와 생산 과정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아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지 않다. 따라서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결과적으로 대기업·정규직 고소득층이 많이 몰려있는 이들 산업이 수출을 통해 호황을 누려도 정작 소비효과는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자산가격 상승도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데 제한적이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고, 주택 등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부채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와 한은 등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70%가 넘는다. 특히 소득 상위 20% 가계는 부채가 2억2500만원으로 전년보다 8.6%나 증가하는 등 소비 여력이 크지 않다는 진단이다. 부채 원리금 상환부담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등한 주식의 자산효과도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과 채권 등의 자산이 가지는 한계소비성향은 과거 평균 약 1% 수준이다. 이를 지난해 10월 이후 늘어난 주식 시가총액 증가분(+약 2300조원)과 개인투자자 보유 비중(약 28%) 등을 적용해 추산한 민간소비 제고 효과는 산술적으로 0.5%p다.

한은은 “2000년대 이후 다섯차례 민간소비 회복기와 비교하면 현재 우리 경제가 구조적 취약성에 크게 노출됐다”며 “소득과 자산가격 등의 개선이 소비확대로 이어지는 파급효과가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한편 소득과 자산가격의 소비 효과가 저하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민간소비가 개선되는 점도 있다. 한은은 “민간소비는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빠르게 반등해 올해부터 점진적 회복기에 진입할 것”이라며 “누적된 금리인하 효과와 수출 호조,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호조 등이 소비 회복세의 요인”이라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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