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사망 이후의 이란 어디로?
37년 절대권력의 퇴장
보복과 승계 이중 과제
2천기 미사일 사용 고심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은 이란 현대사의 중대 분기점이다. 1989년 이후 37년간 유지된 최고지도자 체제가 예상치 못한 공백을 맞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라는 외부 충격 속에서 권력의 정점이 사라졌다. 이란은 동시에 두 개의 시험대에 올랐다. 권력 승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 군사적 보복을 지속할 여력과 의지가 있는가.
하메네이는 종신직 최고지도자였다. 군 통수권을 행사했고 사법부 수장과 국영 방송 책임자를 임명했다. 대통령과 내각 인선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선거 결과를 승인할 권한도 가졌다. 종교적으로는 신의 대리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란의 신정 체제는 그의 존재를 축으로 돌아갔다.
그는 대외 정책에서 계산된 유연성을 보였다. 2015년 체결된 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수용했다. 서방과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대내 통치는 강경했다. 1999년 학생 시위, 2009년 대선 항의 시위, 2022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강압적으로 진압됐다. 체제 수호의 핵심 축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였다. IRGC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동시에 장악했고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했다.
이제 문제는 승계다. 형식상 최고지도자는 전문가회의가 선출한다. 그러나 실제 권력의 향방은 군과 안보 조직의 태도에 크게 좌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메네이가 암살 가능성에 대비해 4단계 승계 서열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군 지휘부와 정부 요직마다 복수의 후임자를 지정했다는 보도다. 이는 체제 연속성을 위한 안전장치다. 다만 위기 상황에서 권력 엘리트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공백이 길어질 경우 내부 경쟁이 표면화될 수 있다. 반대로 외부 위협을 명분으로 강경 노선이 강화될 수도 있다.
군사적 대응 능력은 또 다른 변수다. 미국 국가정보국(ODNI)는 이란이 중동 최대 규모의 미사일 전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한다. 사거리 2000㎞ 안팎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주력이다. 이스라엘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지난해 기준 약 3000발을 보유했다는 추정도 있다. 일부는 이미 소진됐다. 생산시설과 발사대도 타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현재 2000기 이상을 운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란은 테헤란과 케르만샤, 셈난 등에 지하 ‘미사일 도시’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산 배치와 지하시설은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2023년에는 자체 개발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공개했다.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를 낸다고 주장했다. 궤적이 불규칙해 요격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실전 배치 규모와 정확성은 제한적으로만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단기적으로는 수백발을 연속 발사할 능력을 보유했다고 본다. 며칠간의 고강도 보복은 가능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장기전은 전혀 다른 문제다. 월간 생산 능력은 50기 미만으로 추정된다. 발사대 손실과 정밀유도 부품 확보도 변수다. 국제 제재는 군수 조달에 부담을 준다. 전면전이 길어질수록 경제와 민심에 미치는 압박은 커진다.
정치적 계산은 더욱 복잡하다. 강경 보복은 체제 결속을 강화할 수 있다. 지도자 부재 상황에서 내부 단합을 도모하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확전은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킨다. 주변국과의 충돌 위험도 높인다. 반대로 긴장 완화와 협상 복귀는 경제적 숨통을 틀 수 있다. 그러나 강경파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권력 재편 과정에서 노선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은 단순한 한 인물의 퇴장이 아니다. 이란 권력 구조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중대 사건이다. 미사일 전력은 단기적 억지력을 제공하지만 체제의 안정은 정치적 합의에 달려 있다. 보복과 승계라는 두 과제가 동시에 움직이는 상황에서 이란의 선택은 중동 질서의 재편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