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이후” 이란 권력의 향배는?
라리자니 급부상 속
강경파 집권 가능성
미국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을 공식 발표하면서 이란 이슬람공화국 권력구조의 향배에 국제사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최고지도자직은 단순한 국가원수 자리가 아니다. 군 통수권, 사법·입법에 대한 최종 영향력, 혁명수비대 통제권을 포괄하는 ‘신정(神政) 체제의 정점’이다. 공백이 길어질수록 체제 불안은 불가피하다.
이란 헌법 제111조는 최고지도자 유고 시 대통령, 사법부 수장, 그리고 헌법수호위원회 소속 고위 성직자 1인으로 구성된 3인 비상위원회가 임시로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한다. 현재 대통령은 마수드 페제시키안이다. 다만 이번 공습의 표적에 행정부·군·안보 핵심 인사들이 포함됐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비상위 구성 자체가 온전할지조차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력 이양의 제도적 틀이 작동하더라도, 실제 권력은 성직자 집단과 군·정보기관의 합의 속에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물은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이다. 그는 하메네이의 대리 역할을 자주 수행해온 ‘분신(分身)급’ 실세로 평가된다. 수학·전산학 전공 뒤 칸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 2008~2020년 의회(마즐리스) 의장, 복수 부처 장관, 그리고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복무 경력이 결합돼 체제 전반에 촘촘한 인맥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가문 배경도 상징성이 크다. 부친은 고위 성직자였고 장인은 1979년 혁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동생 사디크 라리자니는 대법원장과 국정조정회의 의장을 지냈다. 최근 라리자니는 미국·이스라엘을 향해 “행동을 후회하게 만들겠다”고 경고하며 강경 메시지를 내놓았다. 신정체제 수호의 선봉에 서왔다는 점은 최고지도자 후계 경쟁에서 유리한 자산으로 꼽힌다.
다만 2015년 핵합의 비준을 신속히 처리했던 전력 때문에 강경보수 진영의 완전한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보수 진영의 견제로 대선 출마가 좌절된 경험은 약점이다.
또 다른 축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다. 혁명수비대 출신으로 조직 내 지지기반이 두텁고 최고지도자 가문과의 친연성도 거론된다. 미국 정보당국은 최근 분석에서 “하메네이 유고 시 강경파 또는 혁명수비대 출신 인사가 집권할 가능성”을 점쳤다. 체제 위기 국면에서 ‘안정’과 ‘보복’의 상징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부각된다.
전문가들은 권력 승계의 열쇠를 이슬람혁명수비대의 결속에서 찾는다. 혁명수비대와 정규군이 단일대오를 유지하면 지도부 일부가 공습으로 이탈하더라도 성직자 집단 내 재편 또는 군 주도의 통합을 통해 현행 권력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파벌 균열이 현실화될 경우, 제한적 권력분점이나 과도기적 집단지도체제로의 이행 등 변수가 열린다. 현재로선 공개적 분열 조짐은 뚜렷하지 않다.
이밖에도 해외 망명 중인 레자 팔레비 전 왕세자나 프랑스·알바니아에서 활동하는 이란 저항국민평의회 지도부가 과도정부를 주장하지만 이란 내부에서의 조직력과 군 장악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체제 전환을 추동할 ‘내부 동력’이 확인되지 않는 한 왕정 복귀는 상징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