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우충완 교수팀, 만성 통증 ‘뇌 지문’ 규명
개인별 커넥톰 기반 바이오마커 개발 … 주관적 통증 ‘객관화’ 길 열어
성균관대학교는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우충완 교수 연구팀이 만성 통증 환자의 고통 강도를 뇌 신호만으로 예측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뇌영상 바이오마커’를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환자의 진술에 의존해온 통증 진단 체계를 뇌과학 기반 정밀의료 단계로 끌어올린 성과다.
만성 통증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으로, 일상 기능 저하와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를 동반하는 대표적 난치 질환이다. 그러나 통증은 혈압·혈당처럼 수치화할 수 없어 임상 현장에서 객관적 평가가 어려웠다. 같은 통증 자극에도 환자마다 인지·정서 반응이 달라 표준화된 지표를 만들기 힘들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전신에 광범위한 통증이 지속되는 섬유근육통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개월에 걸쳐 반복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했다. fMRI는 뇌 활동에 따른 혈류 변화를 측정해 활성화 영역을 시각화하는 기법이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개인별 ‘뇌기능 커넥톰’을 도출했다.
뇌기능 커넥톰은 뇌 각 영역이 서로 어떻게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지를 나타내는 네트워크 지도다. 연구팀은 통증이 심화되거나 완화되는 시점의 연결 패턴 변화를 정밀 추적해, 개인별 통증 강도를 예측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그 결과, 새로 개발한 바이오마커는 환자가 경험한 통증 세기의 변화를 뇌 영상 정보만으로 유의미하게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통증 관련 뇌 연결 패턴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났으며, 한 개인의 모델을 다른 환자에게 적용하면 예측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는 만성 통증이 ‘공통 공식’이 아닌 개인 고유의 신경 네트워크 특성에 기반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통증 신호를 처리하는 전전두엽, 대상피질, 섬엽 등 통증·정서·주의 조절과 관련된 영역 간 연결성이 통증 강도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확인했다. 통증은 단순한 감각 반응이 아니라 인지·정서 회로가 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라는 신경과학적 해석을 뒷받침한다.
우충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자가 겪는 ‘보이지 않는 고통’을 뇌 네트워크 수준에서 계량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개인별 신경 연결 특성을 반영한 치료 전략 수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제1저자인 이재중 박사후 연구원은 “환자마다 통증과 연결된 뇌 회로가 고유하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며 “향후 약물 반응 예측, 비침습적 뇌자극 치료 타깃 설정 등 임상 응용 가능성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신경과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Nature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다양한 만성 통증 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임상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진단·치료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