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 재점화…유가 급등·글로벌 금융시장 동요
브렌트유 82달러 돌파…미 증시선물 1% 안팎 하락
미국과 이스라엘이 21일 이란을 공동 공습한 여파로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아시아 거래 초반부터 주식 선물이 하락하고 유가와 금 가격이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아시아장에서 거래가 재개되자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선물은 1%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선물도 1.1% 내렸다. 지난주 은행주와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인공지능 확산과 사모대출 시장 건전성 우려로 급락한 데 이어, 이번 공습까지 겹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글로벌 기준 유종인 브렌트유 가격은 장 초반 13% 뛰어 배럴당 82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20일 종가는 72.48달러였다. 올해 들어 브렌트유는 19.1% 상승한 상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처음 열린 에너지 선물시장에서 매수세가 몰린 결과다.
아시아 증시에서는 홍콩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홍콩의 항셍지수는 2.3% 이상 하락했다. 중국 전자기업 샤오미와 인터넷기업 바이두 주가는 각각 4.4% 떨어졌다. 중국 본토의 CSI 300 지수는 0.4% 내렸다. 유가 상승 부담으로 항공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 국영 석유기업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주가는 8% 넘게 올랐다.
금융주도 약세였다. 영국계 은행 HSBC는 3.3% 하락했고, 홍콩 상장 중국은행(Bank of China) 주가는 3.7% 내렸다.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 역시 4.3% 떨어졌다.
안전자산 선호는 뚜렷했다. 금 선물 가격은 개장 직후 1.6% 올라 온스당 5369.6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는 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FT는 전했다. 달러도 아시아 초반 거래에서 강세를 보였다. 뉴욕시간 오후 7시에 개장하는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2일 보고서에서 “유가 상승은 신흥국 전체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은 신흥국 가운데 터키 다음으로 유가 상승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10% 오를 경우 중국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사용 확대 덕분에 과거보다 유가 민감도는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중동 정세가 확전으로 이어질 경우 유가 상승이 세계 성장과 물가에 동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긴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