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하메네이 사망 직후 ‘초고속 승계’ 착수
“1∼2일내 최고지도자 선출”
전문가회의 비밀투표 가동
강경 승계냐 전략적 조정이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임을 둘러싸고 이란이 전격적인 권력 승계 절차에 돌입했다. 이란 외교 수장은 1∼2일 안에 새 최고지도자를 선출하겠다고 밝혔고, 군사·안보 라인을 쥔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미국과 협상하지 않겠다”며 항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워싱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좋은 선택지 3개가 있다”고 언급하며 차기 지도 구도에 대한 외부 압박을 가했다.
이란의 권력 승계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알자지라(Al Jazeera) 인터뷰에서 “1∼2일 안에 새 최고지도자가 선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1989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사망 이튿날 전문가회의가 소집돼 후임을 선출했던 전례를 연상시킨다. 당시에도 전쟁 직후라는 안보 위기 속에서 권력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번에도 공습과 보복이 교차하는 전시 국면에서 통수권 공백을 길게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이란 헌법에 따르면 최고지도자는 88명의 고위 성직자로 구성된 전문가회의에서 선출된다. 비밀투표로 진행되며 출석 위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후보자는 시아파 이슬람 법학에 정통하고 정치적 식견과 행정 능력을 갖춘 인물로 제한된다. 형식적으로는 종교적 자격이 핵심이지만 실제로는 혁명수비대(IRGC)와 성직자 네트워크, 사법·정보기관과의 권력 균형이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후임 선출 전까지는 헌법 111조에 따라 3인 지도자위원회가 직무를 대행한다. 국영 IRNA 통신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사법부 수장, 알리레자 아라피 성직자가 과도기 권한을 행사한다고 전했다. 전시 상황에서 실제 권력의 중심은 안보 기구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라리자니는 공습 직전 하메네이로부터 국가 운영 업무를 위임받았던 인물로 사실상 전시 실권자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보군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혈통과 네트워크를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혁명수비대 및 정보기관과의 연결고리를 강점으로 지닌다. 다만 이슬람공화국의 반(反)세습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부 반발이 변수다. 둘째는 종교적 정통성을 앞세운 인물들이다. 아라피는 신학교 체계의 수장으로 성직자 사회 내 기반이 넓다. 초강경 성향의 모하마드 메흐디 미르바게리는 대서방 강경 노선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된다. 셋째는 체제 안정과 대외 조정을 병행할 수 있는 절충형 카드다. 창건자 가문의 상징성을 지닌 하산 호메이니는 온건·개혁 이미지가 있으나 과거 전문가회의 출마가 좌절된 전력이 있다. 라리자니 역시 정치·안보 경험을 앞세운 안정형 선택지로 거론된다.
이란 국내 정세도 변수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테헤란 등지에서는 대규모 애도 집회와 정부 지지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동시에 경제난과 제재 장기화에 대한 불만이 잠재돼 있다. 권력 공백이 길어질 경우 내부 권력 투쟁이나 반정부 시위가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대외적으로는 군사 충돌의 향방이 승계 결과와 직결된다. 라리자니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오만 중재 재협상설을 부인했다. 그는 “트럼프의 망상적 환상이 중동을 혼돈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매우 좋은 선택지 3개가 있다”고 언급하며 차기 지도자 문제에 대한 외부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엄청난 양의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며 4∼5주 이내 작전 종결 가능성을 거론했고, 이란 내 권력 이양 시나리오로 ‘엘리트 군의 체제 전환’과 ‘현 인적 연속성 유지 속 정책 전환’을 동시에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