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가능성…호르무즈 봉쇄 세계경제 흔든다
이란 전쟁 확산 땐 인플레이션 재점화…연준 금리인하도 제동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관건은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에너지 공급 차질이 성장과 물가를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보도했다.
2023년 기준 하루 약 1490만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아시아가 주요 도착지다.
미국 외교협의회 선임연구원 에드워드 피시먼은 “호르무즈 해협의 모든 통행이 상당 기간 중단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병목지점이 막히는 것”이라며 “글로벌 유가에 기념비적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우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렌트유는 최근 한달간 약 12% 올라 73달러 수준이다.
다만 이란 수출만 차단되는 제한적 충격이라면 유가는 80달러선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오펙플러스(OPEC+)는 4월 산유량을 하루 20만6000배럴 늘리겠다고 밝혔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닐 시어링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는 정도라면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ING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제임스 나이틀리는 유가가 100달러에 도달하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월 기준 2.4%에서 4%를 웃돌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경우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시점은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클레이스의 채권·유동화증권 리서치 책임자 아제이 라자드야크샤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씩 지속적으로 오를 때마다 향후 12개월 성장률이 0.1~0.2%p 낮아질 수 있다”며 “유가가 120달러까지 오르고 그 수준이 유지된다면 미국과 세계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는 특히 취약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2024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와 초경질유의 84%, 액화천연가스의 83%가 아시아로 향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여러 지정학적 충격에도 세계경제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왔다는 점을 들어 과도한 공포는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전면 봉쇄 가능성은 낮더라도 보험료 상승과 운항 차질 등이 이어질 경우 유가에 위험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이번 사태는 봉쇄 여부와 지속 기간에 따라 세계 물가와 통화정책 경로를 다시 흔들 수 있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