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사일에 흔들린 걸프…‘참전이냐 중립이냐’ 기로
도하·두바이까지 번진 이란의 보복 공격
중재자였던 걸프, 안보·외교 딜레마 직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이란의 보복 공격이 걸프 핵심 도시로 확산되면서, 중동 정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란 미사일이 도하와 두바이 등 주요 거점까지 위협하자, 그동안 ‘안정의 오아시스’를 자처해온 걸프 국가들이 참전과 중립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는 형국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란은 미·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에 대응해 걸프 지역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확대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에서는 요격 과정에서 폭발과 잔해 피해가 보고됐고, 카타르에서는 최소 16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항과 주요 도심 상공에 연기와 폭발음이 이어지며 시민 대피가 이뤄졌다.
공격 여파는 즉각 글로벌 인프라로 번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바이와 도하 등 주요 항공 허브의 운항 차질로 국제 항공망이 큰 혼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걸프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이며 지역 안보 리스크가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걸프 국가들의 전략적 위치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국가는 그동안 미국과 안보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이란과의 긴장 완화를 위해 중재자 역할을 병행해 왔다. 실제로 오만은 최근까지 워싱턴과 테헤란 간 간접 협상을 주선해왔고, 직전까지도 외교적 해법 기대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란의 보복이 걸프 도시까지 확산되면서 선택의 폭이 급격히 좁아졌다. 맞대응에 나설 경우 사실상 미·이스라엘 진영에 편승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고, 반대로 대응을 자제하면 자국 안보를 방기했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알자지라는 “걸프 국가들이 원치 않았던 전쟁이 ‘걸프의 거실’로 들어온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도시 안전’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부담이다. 두바이와 도하 등은 글로벌 금융·물류 허브로서 안정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온 만큼, 미사일 위협 현실화 자체가 외교·투자 전략에 장기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피해 양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도 요구된다. 일부 공격은 요격 잔해로 인한 피해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전장 정보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실제 타격 범위와 민간 피해 규모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향후 관건은 확전의 방향이다. 걸프 국가들이 직접 군사 대응에 나설 경우 분쟁은 사실상 지역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 반대로 긴장 관리에 나설 경우 외교적 공간이 일부 유지될 수 있지만, 억지력 약화라는 새로운 딜레마가 뒤따른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보복의 연쇄를 넘어 지역 질서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란의 보복이 걸프 심장부를 겨냥하면서, 그동안 완충지대 역할을 해온 걸프 국가들이 더 이상 ‘거리 두기’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충돌은 미·이란 대치의 연장선이 아니라, 걸프 국가들까지 선택을 강요받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의 불씨가 중동 전역으로 번질지, 아니면 외교적 완충 장치가 다시 작동할지는 걸프의 다음 행보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