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수교 77주년 맞아 필리핀서 정상회담
싱가포르 이어 필리핀 국빈 방문 … 방산·통상 분야 협력 심화
“초불확실성 시대, 동반자 절실” 아세안 국가로 외교 다변화
청와대 “이란 등 중동 상황 모니터링 … 북 반응도 예의주시”
이재명 대통령은 3일(이하 현지시간) 싱가포르 국빈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필리핀 마닐라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마닐라 도착 후 필리핀의 대표적 독립운동가 호세 리잘 기념비 헌화로 국빈 방문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이날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마닐라 도착 직후 리잘 기념비를 찾아 헌화한 뒤,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내외와 함께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다. 이어 마르코스 대통령과 소인수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문건 교환식과 공동 언론발표를 진행한다. 이후 국빈 만찬 일정도 함께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4일까지 마닐라에 머물며 비즈니스 포럼 등 일정을 소화한다. 방문 이틀째인 4일에는 마닐라 영웅묘지 내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생존 참전용사 후손들과 만난다. 이어 한·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양국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동포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는 것으로 이번 국빈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 대통령과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다자무대는 물론 정상 간 통화와 APEC 계기 정상회담 등을 통해 활발한 교류를 이어왔다.
특히 이번 방문은 양국 수교 77주년이 되는 3월 3일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필리핀은 우리나라가 동남아시아에서 최초로 수교한 국가이자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초이자 최대 규모로 한국전쟁에 파병한 전통적 우방국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양국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방산·인프라·통상 등 분야에서 그간 이뤄진 협력을 더욱 심화하고, 원전·조선·핵심광물·AI 등 미래 유망 분야에서 협력 기반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2일 로렌스 윙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한-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개시하기로 하는 등 양국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나가기로 했다.
인공지능(AI)과 방산 분야 협력도 강화해 나간다. 양국은 이날 소형원전(i-SMR) 사업모델 공동 개발과 인력 양성, AI, 양자(퀀텀), 우주·위성기술 등 과학기술 분야 협력 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대통령이 새해 들어 일본 및 중국 주요국 방문에 이어 아세안 국가들을 방문한 것은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다변화 행보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불안정해진 국제정세 속에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과 깊은 연대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웡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초불확실성 시대의 격랑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며 신뢰할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가 더욱 절실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관세 부과로 인한 통상 불확실성에 이어 미중 간 무역 갈등, 최근 이란 사태에 이르기까지 국제정세의 파고에 대응하기 위해선 더 많은 나라들과 협력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으로 해석된다.
웡 총리도 “국제정세가 불확실한 시점에서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화답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과 웡 총리의 정상회담에선 최근 글로벌 정세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고 한다.
위 실장은 전날 싱가포르 외교 일정 마무리 후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중동 정세가 글로벌 안보와 에너지 공급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고, 중동지역의 안정이 조속히 회복되기를 바란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면서 “중견국가로서 양국의 협력이 긴요함을 다시 확인했다”고 전했다.
위 실장은 또 이란 사태 관련 “정부는 실물 경제, 금융, 군사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철저히 대비하고 있고 청와대도 비상대응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란 사태 이후 북한의 반응에 대해서도 예의주시 중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앞으로도 상황이 이어질 것 같고 새로운 변수가 생길 것 같아 상황을 먼저 봐야 할 것 같다. 북한의 일차적인 반응, 성명이 나와 있지만 그것만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