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9.6㎞<호르무즈 해협 선박분리 통항제 구간> ‘좁은 문’ 석유수급 비상

2026-03-03 13:00:02 게재

이란 “호르무즈 지나는 모든 선박 불태울 것” 선전포고

한국 원유 68%가 이 지역 통과 … 208일분 비축유 버팀목

이란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IRGC)가 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예고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IRGC 사령관의 보좌관인 에브라힘 자바리 소장은 이날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불태울 것”이라며 “이 지역에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제 에너지시장에 초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7%가 통과하는 등 ‘세계 에너지 동맥’으로 불리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유조선들 실제로 9.6km 줄지어 이동 =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55km의 좁은 해상 통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폭이 가장 좁은 구간(이란 본토와 오만 북단 무산담반도 사이)은 33.8km다.

하지만 전체 해협의 폭보다 더 중요한 지표는 실제 유조선이 이동하는 ‘선박분리 통항제’(TSS) 구간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선박의 충돌방지를 위해 입항 항로와 출항항로가 엄격히 분리돼 운영돼 왔다. 즉 입항항로 폭 2마일(약 3.2km), 출항항로 폭 2마일(3.2km), 완충구역(항로 사이의 간격) 폭 2마일(3.2km)로 규정해 합의한 것이다.

이에 이 해협을 오가는 유조선들은 약 6마일(9.6km) 너비의 좁은 채널을 통해 줄지어 이동한다. 이 구역이 봉쇄될 경우 우회로가 사실상 부재하다는 점이 최대 리스크로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에 국제 에너지시장이 요동치는 이유다.

◆한국 석유수요 64%가 ‘산업용’ … 경쟁력 약화 우려 = 이와 함께 EIA에 따르면 매일 1420만배럴의 원유와 5900만배럴의 석유 제품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전 세계 해상 석유 교역량의 27%, 생산량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이 경로가 차단될 경우 중국(540만배럴, 1일 기준) 인도(210만배럴) 한국(170만배럴) 일본(160만배럴) 등 아시아 주요국의 경제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한국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2024년말 기준 한국의 원유 수입 중 중동산 비중은 69.1%(2025년 61%로 줄어듦)에 달한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원유의 68%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수입국 비중은 사우디가 32.2%로 가장 많고, 2위 미국(16.4%) 3위 UAE(13.7%) 4위 이라크(9.4%) 5위 쿠웨이트(7.75%) 순이다. 상위 5개국 중 4개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끼고 있는 중동지역 국가다.

또 한국의 석유 소비는 산업용이 63.7%로 압도적으로 많다. 수송용(31.6%)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유가 급등과 수입 차질은 곧바로 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와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상운임 80% 폭등·보험료 7배 할증 공포 = 물류비 폭증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국무역협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우회 루트를 이용할 경우 해상운임이 기존 대비 50~80%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육로 운송과 통관 절차 추가로 운송 기간은 최소 3~5일 늘어나며, 과거 분쟁 사례를 비추어 볼 때 해당 지역 보험료는 최대 7배까지 할증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수입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물가 전반에 강력한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기후환경에너지부 등 정부부처는 잇따라 비상점검회의를 개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총리실과 재정경제부도 매일 오전·오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수급차질 발생시 중동 외 지역(미국 등)에서 대체 물량을 즉각 도입하고, 9개 비축기지의 석유를 시장에 신속 공급할 계획이다.

또 오만 살랄라·두쿰 항만을 활용한 환적 및 내륙 운송 경로 정보를 중소 수출 기업에 제공하며, 국적선사와 협력하여 실시간 물류 동향을 공유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한국석유공사+민간)가 보유한 원유 비축물량은 208일분에 달해 단기적인 수급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격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가 감내해야할 부분이다.

◆세계 원유 생산·소비 1위는 미국, 한국은 소비 8위 = 한편 Worldometers에 따르면 2024년말 기준 세계 원유 생산 1위는 하루 2284만 배럴을 생산하는 미국(점유율 22.8%)으로 나타났다. 이어 사우디 러시아 캐나다 중국 이란 순이다.

원유 소비 역시 미국이 하루 2046만 배럴(19.9%)로 세계 1위다. 2위 중국, 3위 인도에 이어 한국은 소비량 251만배럴(2.5%)로 세계 8위 소비국이다. 따라서 에너지 가격추이 및 수급 불안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상위권 국가 중에서도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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