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동 공습…‘제2 에너지 위기’ 경고

2026-03-03 13:00:03 게재

카타르 LNG 생산 중단, 공급대란 우려

호르무즈 해협에선 유조선 150척 발묶여

이란이 중동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폭으로 뛰었다. 분쟁이 장기화하면 LNG를 넘어 석유·해운까지 연쇄 충격이 번져 ‘제2의 에너지 위기’로 비화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카타르 국방부는 세계 최대 LNG 기업인 카타르에너지가 이란 드론 공격을 받아 생산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유럽과 아시아 가스 가격은 장중 최대 50% 급등했다. 유럽 가스 기준가격인 TTF는 MWh당 44.51유로로 전일 대비 39% 오른 채 거래를 마쳤고, 아시아 LNG 기준가격인 JKM도 하루 만에 41% 뛰어 MWh당 43.95유로로 평가됐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가스 가격은 MWh당 340유로까지 치솟은 바 있다.

충격은 LNG에 그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2일 새벽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해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가 라스타누라 석유 단지 내 정유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라스타누라는 아시아로 향하는 사우디 원유 수출의 출발점으로, 하루 650만 배럴 이상의 원유·석유제품 선적을 처리하는 핵심 요충지로 꼽힌다.

카타르는 전세계 LNG 생산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공급국이다. 러시아산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LNG가 ‘대체 연료’로 자리 잡은 만큼, 공급이 흔들리면 유럽과 아시아가 제한된 물량을 두고 다시 확보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주계 투자·리서치 회사 MST파이낸셜의 사울 카보닉 애널리스트는 “세계 가스 시장은 석유 시장을 훨씬 넘어서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이 특히 주시하는 대목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마비’다. 로이터는 이란·미국 갈등이 격화한 뒤 원유·LNG 운반선 등 최소 150척이 해협 인근 해역에 정박한 채 대기하고, 일부 유조선이 피해를 입어 물류 병목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전쟁위험을 반영한 유조선 운임과 보험료가 오르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생산 차질보다 수송 차단이 길어질 경우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OPEC+가 증산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길’이 막히면 공급 확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카타르 생산 차질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세계 에너지 수급이 카타르 LNG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다. 카타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60%를 LNG 중심의 탄화수소 판매에 의존한다. 셸·엑슨모빌·토탈에너지스·코노코필립스 등 글로벌 메이저들이 카타르 LNG 설비 투자에 참여한 것도 변수다. 공급망이 흔들리면 카타르 내부는 물론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반으로 충격확산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분쟁이 얼마나 길어지는지, 이란이 추가 공격에 나서는지가 가격의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본다. 캐나다계 RBC캐피털의 헬리마 크로프트는 “에너지가 분명한 주요 표적이 됐다”고 분석했고, 미국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앤 소피 코르보 연구원은 “결정적 변수는 사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라고 지적했다.

2일 브렌트유는 장 초반 최대 13% 급등한 뒤 배럴당 77.60달러 안팎에서 6% 넘게 오른 수준으로 거래됐다. 금은 온스당 5303달러로 0.5% 올랐고,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1% 강세를 보였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달러 강세가 겹치면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신흥 아시아가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MSCI 신흥국 지수는 약 2% 하락했고 JP모건 신흥국 통화지수도 0.7% 떨어졌다. 영국계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살만 아흐메드 글로벌 매크로 총괄은 “신흥 아시아의 높은 석유 수입 의존도를 고려해 신흥국 투자 비중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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