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 국민성장펀드 '돈맥경화' 뚫는다
DB운용 등 민간 펀드 가세로 ‘정책 모멘텀’ 극대화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초격차를 지원하기 위한 150조원의 ‘국민성장펀드’가 본격적인 자금 집행 단계에 돌입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개최된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에서 울산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공장 구축사업과 평택 5라인 AI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프로젝트에 대해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저리대출을 제공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대해 자금공급을 승인한 데 이어 2건의 자금 공급을 추가 승인한 것이다. 가장 주목받는 사례는 삼성전자의 평택 5라인(P5) AI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프로젝트다. 금융위는 최근 이 사업에 총 2.5조원의 저리 대출을 승인했다.
삼성전자는 국고채 수준의 초저리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당초 2030년으로 계획했던 가동 시점을 2028년으로 2년 앞당기게 됐다. 이를 통해 HBM4 등 차세대 AI 반도체 주도권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지원에 화답해 협력사들을 위한 2000억원 규모의 특례보증을 신설하고, 국내 협력사 장비를 실제 공정에 시범 도입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울산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공장 사업에는 첨단기금이 1000억원의 자금을 3% 초반대의 저금리로 10년간 장기 대출한다. 해당 사업은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황화리튬(Li2S) 생산공장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황화리튬은 차세대 이차전지인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이에 따라 한국은 중국 등 경쟁국이 추격하기 어려운 고품질의 전고체 배터리를 가장 먼저 상용화함으로써 고성능·안정성이 필수인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정책 자금의 물꼬가 터지자 민간 자산운용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DB자산운용은 국민성장펀드의 수혜가 기대되는 코스닥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DB코스닥메가트렌드목표전환형 펀드’를 지난달 25일 출시했다.
이 펀드는 정책 자금이 유입될 AI, 반도체, 바이오, K-콘텐츠 등 ‘하이-시너지 4대 섹터’를 선점해 운용한다. 목표 수익률 10% 달성 시 채권형으로 전환되는 구조로, 기관 투자자의 자금이 본격 유입되기 전 저평가된 우량 기업을 선점하려는 스마트 개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DB자산운용 관계자는 “2026년부터 본격적인 정책자금 집행이 시작되면서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저평가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기 전 정책 모멘텀 초기구간에서 저평가된 우량 코스닥기업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투자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성장펀드는 민관 합동으로 150조원을 조성해 첨단전략산업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는 초대형 펀드다. 자금운용 방식은 직접 투자 15조원, 간접 투자 35조원, 인프라 투융자 50조원 그리고 50조원 규모의 저리 대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의 시설 확장 및 연구개발 투자를 뒷받침하는 구조다.
분야별로는 인공지능 30조원, 반도체 20조9000억원, 모빌리티 15조4000억원, 바이오 백신 11조6000억원이 투입되며 각 산업은 해당 자금의 유입에 따라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